타네트 샤로엔무앙 <태국 치앙마이대 경제학교수>

지난 6월 한달간 태국은 전국이 선거열풍에 휩싸여 있었다.

7월2일 총선을 앞두고 모두 14개당에서 나온 2,372명의 후보자들이
뜨거운 선거전을 펼쳤다.

수도 방콕거리에는 후보자들의 벽보와 홍보물이 홍수를 이뤘다.

후보자들의 공약은 대부분 지옥과 같은 교통상황을 개선하겠다는데
초점이 맞춰졌다.

또 국경없는 무한경쟁 시대에 태국의 국가경쟁력을 높이겠다는 다소
추상적인 구호도 있었다.

이런 가운데 방콕 시민들은 후보자들의 호별방문공세에 시달리기도
했다.

특히 이번 선거에서는 호별방문이 주요한 선거전술로 등장했다.

주요 정당의 당수들은 신문이나 TV 등 대중매체를 이용해 집권이후의
포부를 얘기하며 한표를 호소했다.

차트 타이(태국국민)당의 반한당수는 집권하게되면 정치개혁에 착수겠다고
약속했다.

또 정보통신업계의 거물이자 팔랑 다마당의 새로운 지도자인 타스크신은
도심의 대형입간판을 통해 선거유세를 펼치며 "교통문제를 6개월내에
해소하겠다"고 선언,관심을 끌기도 했다.

도시에서와는 달리 농촌에서는 선거운동양상이 사뭇 딴판이었다.

선거연설을 거의 찾아 볼수 없었고 호별방문도 드물었다.

대신 후보자들은 많은 사람들이 모이는 곳이면 어디든지 찾아가
불교도적 자비를 베풀며 선거운동으로 대신했다.

농촌에서 유행한 또 다른 선거전술은 유권자 1인당 100~300바트씩
주고 표를 매수하는 것.청년단체나 주부단체에는 2만~3만바트정도가
제공됐다.

이 돈은 이따금씩 마을의 도로를 넓히거나 새로운 공공건물을 짓는데
사용되기도 했다.

역설적으로 농촌지역에서 이런 후보자들의 매수행위가 유권자들의
정치적 관심을 높이는데 일조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총선결과 추안 리크파이가 이끄는 연립정권이 무너지고 차트 타이당의
당수 반한 실파를 중심으로한 새로운 연립정부가 탄생했다.

태국시민들은 이 신정부가 우선 교통환경개선에 총력을 쏟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그러나 반한 연립정부도 강력한 지도력을 갖추기는 힘들 것으로
보인다.

이번 연립정부 수뇌부들의 면면을 보면 그다지 새로운 인물도 찾기
힘들다.

다만 정치공간이 좀더 확대됐기 때문에 앞으로 전개될 실제 정치무대에서
검증과정을 거치면서 새로운 정치지도자가 등장할 것으로 예상된다.

지난 92년5월 수친다군사정권이 중산층의 지지를 받은 민주세력들의
유혈항거에 의해 무너진뒤 태국에서는 많은 새로운 정치인들이 등장했다.

태국국민들은 정치 현안에 대해 아웃사이더로 머물지 않고 적극적으로
해결주체로 나서려는 자세를 보였다.

이 과정에서 태국국민들은 보다 투명하고 공정한 정치체계가 어떤
혜택을 주는지도 잘 알게 되었다.

반한 연립정부에는 수친다 전연립정부와는 달리 많은 재계인물들이
포진해 있다.

따라서 태국국민들은 반한 연립정부가 국정운영에 새로운 면모를
보여줄 것으로 확신한다.

(한국경제신문 1995년 9월 1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