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5일 아침 6시 서울 논현동 동호목욕탕. 건장한 남자들 30여명이
한꺼번에 몰려들었다.

이들은 대정기계의 애프터서비스부원들. 서로 인사를 나누기 바쁘게 옷을
벗고 싸워실로 들어갔다.

6시30분이 되자 모두 타월하나씩을 걸치고 휴게실에 있는 탁자에 빙둘러
앉았다.

곧이어 자유로운 분위기로 회의를 시작했다.

이날 회의는 애프터서비스부의 월례회의. 다른회사라면 본사회의실에서
서류뭉치를 펴놓고 시작할 회의를 대정기계는 목욕탕에서 해장국을 한그릇씩
놓고 연다.

이 회사가 월례회의를 목욕탕에서 여는 까닭은 모든 문제를 제로베이스에서
풀어나가기 위한 것.

대정은 지브크레인등 건설용특장장비를 생산하는 업체여서 애프터서비스및
현장점검이 일반회사보다 엄청나게 중요하다.

제품을 팔고난 뒤 안전점검과 보수를 계속 서비스해야한다.

애프터서비스부장이 먼저 서울지역팀장에게 "요즘은 현장에 하루 몇군데
정도 나갑니까"라며 물었다.

팀장은 2~3군데 정도 다니는데 가능한 더 많은곳을 다닐려고 힘쓰겠다고
대답했다.

회의를 목욕탕에서 하는 것보다 더 특이한 것은 이 회사 애프터서비스
부장의 직위이다.

대정의 애프터서비스부장의 직위는 회장급이다.

박헌진회장이 직접 애프터서비스부장을 겸하고 있다.

대정기계 극동운반기계 대정건영 타이다이등 4개사를 거느린 회장이
부장직을 맡고 있는 것은 남다른 조직관리이다.

회장이 애프터서비스부장을 맡고 있기 때문에 이회사의 애프터서비스
부원들은 이사 부사장 사장등 3단계의 결재를 받지 않아도 된다.

그만큼 빠르게 보고하고 결재를 맡을 수 있다.

대정의 애프터서비스부는 전국을 4개지역으로 나누어 현지에서 근무한다.

건설현장에서 애프터서비스를 요구하면 2시간이내에 달려가 점검을 해주기
위해서다.

장비의 이송을 비롯 부품공급등 안건들이 결재단계가 간략한 덕분에 더욱
빨리 이뤄진다.

박회장은 목욕탕에서 부원들이 해장국을 다들자 "앞으로 수요자의 요구를
더욱 성의껏 반영해주도록 하라"고 거듭 당부한 뒤 회의를 끝냈다.

(한국경제신문 1995년 9월 2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