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은 지금까지 각종의 통제자료를 대외적으로 공표한 적이 없다.

그래서 외부세계는 북한의 경제실상을 단편적인 정보를 수집, 분석해서
추정할수 밖에 없다.

외부세계가 북한경제 실상을 추정할때는 검증을 필요로 한다.

가령 재작년에 북한이 냉해로 농작물이 흉작이라는 정보가 있을때
일본의 같은 위도에 있는 지방이 냉해를 입었었나를 조사했다.

지난8월 남한이 집중호우와 태풍으로 수많은 이재민을 내고 농작물의
피해가 컸었을때 북한도 큰 수해를 입었을 것으로 짐작됐었다.

기상위성의 기상정보에 의하면 태풍 재니스호가 북한지역에 상륙해서
동해로 빠져나갔고 남한의 집중호우와 거의 같은 시기에 북한에도 호우가
있었다는 사실을 보여줘서 북한이 큰 수해를 입었다는 것을 알수있었다.

문제는 북한이 어느정도의 수해를 입었느냐는 규모라할수있다.

북한이 최근에 유엔인도적 지원국(DHA)에 보고한 "수해보고"에 따르면
"피해인구 520만명, 피해총액 150억달러"라고 돼있는데 이 수치가 납득할수
없다는데 있다.

북한이 아무리 엄청난 물난리를 겪었다 할지라도 인구나 경제규모로
볼때 상식적으로 이해할수 없기때문이다.

한국은행은 지난 5월에(94년 기준으로)북한의 총인구는 2,295만명,
국민총생산(GNP)은 212억달러로 추정했다.

그렇다면 북한의 수해는 총인구의 4분의1이 수재를 당했고 피해총액은
GNP의 4분의3에 해당된다는 말이 된다.

이 피해액은 내무부가 잠정집계한 지난 8월의 우리 피해수재규모
4,000억원의 약 29배나 되는 셈이다.

이 수치를 어떻게 해석하느냐엔 두가지 입장이 있다.

하나는 북한이 보고한 수재민수는 광의의 수재민, 또는 수해지역의 인구가
520만명이란 사실을 그렇게 표현했을 것이라는 분석이다.

또 피해총액은 달러로 환산하는 과정에서 환율을 마음대로 적용했을
가능성이 있다는 관측이다.

다른 하나는 극심한 경제난에 시달리는 북한이 이번 기회에 국제사회로
부터 많은 돈을 끌어내기 위해 피해규모를 부풀렸을 것이라고 보는
입장이다.

금년 10월10일에 김정일이 노동당 총비서로 취임할 계획인 사실이라면
그같은 정치적 계산도 할수 있을 것이다.

우리가 북한수재민에 어떻게 대해야할 것인가는 양론이 있는 것 같다.

정부는 국민의 의사를 충분히 수렴하고 장기적 시각에서 대응해야 할것
같다.

(한국경제신문 1995년 9월 2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