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창호칠단과 류시훈육단이 2일 오전 10시부터 현대빌딩에서 지도다면기와
팬사인회를 가졌다.

두기사에게 모두 12명씩 오전 오후로 나뉘어 총 24명이 3점바둑으로
지도대국을 받았다.

이날 행사에는 두 기사의 바둑을 직접 보기위해 현대자동차직원,학생,
바둑팬등 200여명이 로비를 꽉 채워 뜨거운 열기를 보였다.

기자회견때 류육단에 기자들의 질문이 집중됐던데 반해 이날은 이창호
칠단의 다면기 현장으로 팬들의 발길이 더 몰렸다.

<>.두기사는 지도대국 스타일이 틀려 눈길을 끌었다.

이칠단은 한곳의 모양이 일단락될때까지 두다 상대가 장고하면 자리를
바꿨고 류육단은 자리를 옮겨가며 화두를 던지듯 한수씩 뒀다.

반면 대국자들의 표정과 자세를 똑같았다.

한수한수에 고개를 끄덕였으며 한참 지난후에 수를 읽고 뒤늦게 혼자서
고개를 절래절래 흔드는 모습이 자주 눈에 띄었다.

<>.견실한 이칠단의 바둑은 다면기에서도 유감없이 발휘돼 오전6판중
5판이 계가로 이어졌다.

특히 마지막 대국을 1집승으로 끝내자 장내는 온통 떠나갈듯 박수와
환성이 터져나왔다.

김석용씨(현대자동자 외자조달부.37)는 무승부로 유일하게 면했지만
"이칠단이 중앙패싸움을 쉽게 처리해줬다"며 머슥한 표정을 짓기도.

류육단은 특유의 호방함으로 오전의 4승중 3판을 불계로 장식했다.

류육단에게 승리한 이선근씨(현대자동차정비연구원 원장.43)는 "다면기
여서 류육단이 깊이 생각을 못한것 같다"며 "원래는 3점 깔아도 안된다"고
말했다.

<>.팬사인회는 오전의 다면기가 끝나고 곧바로 진행됐다.

사인을 받으려는 행렬이 계속돼 점심식사시간이 20여분 늦어졌다.

엄마손을 잡고 나온 소성진양(중곡동 화랑바둑교실.6)이 제일 먼저
이칠단 사인을 받은후 류육단사인을 받았다.

이창호칠단이 더 좋다는 소양은 지난 4월부터 바둑을 배웠다고.

(한국경제신문 1995년 9월 3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