며칠동안 계속되었던 폭우가 그치자 눈부시게 푸르른 하늘이 찾아왔다.

아침 저녁으로 제법 선선한 바람과 함께 높고 파아란 하늘이 계절이
바뀌었음을 말해주는데, 섹시한 배꼽티를 즐겨 입으며 몸매를 뽐냈던
여성들에게는 다가오는 가을이 달갑지 않을지도 모르겠다.

그런데 옷의 "가리개"로서의 역할을 비웃었던 배꼽티는 사실 건강과는
동떨어진 패션이었으니,여름을 보내면서 그 이유를 한번 살펴보자.
예로부터 배는 따뜻하게 해야 좋다는 말이 있다.

혹 "두무냉통 복무열통(두무냉통 복무열통 :머리는 차갑게 해야 아프지
않고 배는 따뜻하게 해야 아프지 않다)"이라는 말을 들어본 독자도 있을
것인데, 요즘도 우리 할머니들은 눈에 넣어도 아프지 않을 손주놈이
배앓이를 하면 "할머니 손은 약손"이라며 배를 쓰다듬곤 한다.

복통의 원인도 모르면서 배를 어루만지는 것이 무슨 도움이 되겠냐고
하겠지만, 적어도 할머니 손바닥의 체온이 손자의 배에 전달되어 일종의
온열자극 효과는 발휘하게 된다.

여기에 할머니의 따뜻한 사랑까지 곁들이는데 손자가 낫지 않고
배기겠는가.

아무튼 배는 따습게 감싸는 것이 좋은데, 배의 중심부에 있는 배꼽은
더욱 따뜻하게 해야한다.

"복무열통"이야 그냥 구전되는 이야기지만, "제의온난(제의온난:배꼽은
마땅히 따뜻하게 해야 한다)"이라는 문구는 한의학의 거의 모든 문헌에
명시되어 있을 정도이니.. 이뿐만이 아니다.

신궐이라는 혈명을 가진 배꼽은 배꼽노리가 싸늘하면서 발생하는 복통이나
설사는 물론 여성의 월경불순 냉대하 불임증 등에도 필수적으로 응용되는
뜸자리이다.

아울러 건강한 사람이라도 가끔씩 뜸을 떠 배꼽에 온기를 불어넣어주면
온갖 질병을 예방하여 연년익수할수 있다고까지 하였다.

그런데 우리의 배꼽티는 어떠한가.

배꼽을 보호하기보다는 한기에 감촉되기 쉽도록 철저하게 노출시킨
옷차림이 아닌가.

엄동설한도 아니고 삼복더위에 잠깐 입는 것인데 한기는 무슨 한기냐고
하겠지만, 요즘은 지하철이나 버스에도 에어컨이 있어 찬바람이 쌩쌩 부는
세상이지 않은가.

"남성건강학"란에 여성의 배꼽티를 꼬집은 것은 건강한 여성을 아내로
맞이해야 남성 또한 건강할수 있기때문이다.

패션도 건강까지 고려했으면 좋으련만..

(한국경제신문 1995년 9월 3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