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승업 < 교원대학교 부속 월곡국민학교 교감 >

요즈음 우리 사회에서는 무엇보다도 먼저 교육개혁이 이뤄져야 한다고들
이야기하고 있다.

이는 한 나라의 정치 경제 사회 문화가 균형있게 발전하려면 교육이 제대로
실시되어야 한다는 이치를 새삼스럽게 느끼게 하는 것이며, 현 사회에서
야기되는 여러 가지 문제점들이 교육의 잘못에서 일어나는 현상들이라고
여겨져 교직에 몸담고 있는 한 사람으로서 반가운 현상이기도 하면서 한편
으로는 부끄럽기 짝이 없는 일이기도 하다.

그렇다면 교육개혁은 어디에서부터 어떻게 시작을 하고 어떠한 성과를
거두어야 할 것인가가 우리 모두의 관심사가 아닐 수 없다.

이에 따라 교육자의 한사람으로서 특히 공교육인 학교교육이 어떻게
달라져야 할 것인지에 대해 우선 개괄적인 문제점을 지적하고 그 개선방안을
피력하고자 한다.

현행 학교교육의 문제점으로 먼저 학제의 모순을 지적하지 않을 수 없다.

우리나라의 학제는 해방후부터 미국에서 도입된 단선형 6.3.3.4제로서
학교에서 다루는 교육과정의 지적 수준의 발전에 따라 조정되어야 하는데도
고정 불변으로 유지되고 있다.

그래서 국민학교 과정에서는 저학년과 고학년간에 교육과정 내용 수준과
신체성장면에서 격차가 점점 심해지고 있어 국민학교 교사들의 교육과정
운영면에서 어려운 점이 제기되고 있다.

중학교나 고등학교 교육기간은 교육과정을 운영하는 측면에서나 학생들이
상급학교로 진학하는 기간이 짧아서 진지한 학습의 형성과정이 되지 못하는
형편이다.

또한 학교의 교육과정 운영은 대학입시를 위시한 각종 선발을 위한 평가에
대비하기 위하여 파행적으로 운영되고 있다.

이에 따라 학생들의 성품은 경쟁적이고 비도덕적일 뿐만 아니라 미래사회
에서 요구되는 창의적인 사고와 협동적인 생활태도가 길러지지 못하고 있다.

이와같은 과정에서 양산되는 학생들이 사회에 진출했을때 경쟁적이고
도덕성이 결핍된 성품과 선택형문제를 해결하는 과정에만 익숙한 사람들이
많은 비율로 형성되는 사회상은 필연적으로 많은 문제를 야기시킬 것이
뻔하다.

한편 학생들을 직접 가르치는 교원에 대한 유인가가 하락되어 있어 교원직
에는 우수한 인재들이 모이지 않고 있으며 현재 교직에 종사하는 교원들도
사기가 저하되어 교육적 소신을 충분히 발휘하지 못하고 있는 형편이다.

동서고금을 살피더라도 교육을 잘하려고 생각한 사회지도자들은 교원들을
극진하게 대우하였으며 교원이 우대받는 사회에서는 훌륭한 지도자와
지성적인 사회구성원들이 모여서 찬란한 문화를 이루고 안락한 생활을 유지
하고 있는 것이다.

그리고 학교 교육행정은 학생이나 학부모를 위하여 능동적으로 대처하지
못하고 관료적이고 의례적으로 옛날의 학교운영방법을 답습하고 있으며
한정된 소규모의 교육예산에 묶여서 미래지향적이고 생동적인 학교경영을
실현하기 어려운 실정이다.

현실적으로 세계화를 부르짖는 작금에 세계적으로 사용되는 공통어인 영어
교육을 실질적으로 잘해주기를 바라는 학생과 학부모들의 요구는 공교육
기관인 학교교육에서 제대로 받아들여지지 않고 있다.

현재의 학교교육시설은 역시 19세기의 교실형태를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21세기를 살아갈 학생들이 교육받고 탐구하며 실험 실습등을 통하여
창의력을 기르기에는 너무 열악하다.

가정에서 잘된 화장실을 사용하던 어린이가 학교 화장실에는 무서워서
못들어가는 사례라든지, 63평방m의 교실에 신체 성숙도가 좋아진 47~48명의
학생들이 우글거리고 심지어 자기자리로 찾아들어가지 못할 정도로 비좁은
형편에서 어떻게 경험중심의 교육을 할수 있겠는가.

이러한 교육여건을 개선하지 않고는 올바른 교육을 기대하기가 어렵다.

개선방안을 요약하면 다음과 같다.

우선 유치원에서부터 고등학교까지의 학제를 합리적으로 개편하여 학생의
지적 발달수준과 학교교육과정 운영의 효율성을 충분하게 고려, 학생을
중심으로 학생들이 훌륭하게 배우고 자랄 수 있는 교육여건및 학제를 연구
하고 개선해 나가야 한다.

교원의 질향상과 우수교원확보를 위해서는 교원연수를 학점제로 개선하고
교원의 보수체계를 대폭 개선해야 한다.

그리고 교원수를 증원하여 교원의 학생부담을 경감시키는 동시에 학생진로
에 있어 그 결정권을 교육담당교사에게 부여해야 한다.

이러한 개선에는 물론 많은 돈이 들어간다.

따라서 교육개혁의 의지와 함께 교육예산의 대폭적인 증대와 교육재원의
확고한 조달방법이 확보되어야 함을 첨가한다.

(한국경제신문 1995년 9월 5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