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의 항공정책 허점때문에 항공사들이 편법영업행위를 저지르고 있
으며 이로인해 이용객들이 제때에 표를 구하지 못하는 등 큰 불편을 겪
고 있다.

5일 건설교통부 여행업계 항공업계 등에 따르면 건교부가 마련한 국적
항공사 복수취항요건상 이용객수가 장거리노선 21만명,중단거리노선 18
만명을 각각 넘지 않을 경우 특정노선에서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이 독
점취항하도록돼있다.

이용객수가 이 숫자를 넘으면 두 항공사가 복수취항한다는 것이다.

그러나 이같은 요건때문에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이 복수취항을 피
하고 독점운항을 지키기 위해 운항편수줄이기 고객줄이기 등의 편법영업
을 하고 있다.

대한항공의 서울~시드니노선과 아시아나항공의 서울~사이판노선에서 편
법영업이 극성을 부리고 있다.

이에따라 여행객들은 줄어든 운항편수 등으로 제때에 표를 구하지 못할
뿐아니라 표를 구하기 위해 어쩔수 없이 우리나라 항공사가 아닌 외국항공
사에서표를 구입하는 사례가 비일비재하게 발생하고 있다.

결국 건교부의 복수취항요건은 이같은 항공사들의 편법영업을 사전에
예상하지 못한 허점을 드러낸 것이며 여행자 비즈니스맨등 이용객들이
피해를 뒤집어쓰고 있다.

건교부는 사태의 심각성을 뒤늦게 인식,두 항공사의 편법운항에 대해 지
난달 21일부터 실태조사를 벌이고 있으나 사후약방문이라는 지적이 일고 있
다.

이같은 현상은 지난해 8월 건교부가 국적항공사 경쟁력강화지침을 개정
하면서 본격적으로 불거져 나왔다.

개정전까지 복수취항요건은 중단거리노선 15만명 장거리 18만명으로 돼있
으나 현행 18만,21만명으로 상향조정됐다.

그럼에도 불구,대한항공의 시드니노선의 경우 지난해 15만9천7백87명이
탑승한 데 이어 올7월말 현재 탑승객수도 10만4천1백29명을 기록,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17.2%가 증가했다.

올해중 18만에 육박할 것으로 관련업계는 전망하고 있다.

아시아나항공의 사이판노선은 지난해 13만3천8백55명이던 것이 올 7월말
현재 8만2천8백43명으로 보고돼 올해중 복수취항요건에 들 것으로 예상되
고 있다.

항공업계 관계자는 이같은 편법운항이 근본적으로 건교부가 복수취항요
건을잘못 적용하기 때문이라고 지적하고 있다.

양 국가가 항공협정을 맺을 경우 공급력을 "노선대노선"수요로 구별하
지 않고 "국가대국가"수요로 구별하는 만큼 복수취항요건도 노선별 수요
가 아니라 국가별 수요로 해야한다는 것이다.

즉 노선별 18만명이 아니라 국가별 18만명으로 해야한다는 설명이다.

실제로 한국~호주간 항로는 시드니노선과 브리스번노선이 있기 때문에
시드니노선 수요를 브리스번으로 돌려 복수취항요건을 피할 수 있다는 것
이다.

여행업계의 한 관계자는 이와관련 "건교부의 정책잘못과 이를 이용한
항공사들의 편법영업행위로 인해 이용자들만 피해를 보고있다"며 "우리
항공사끼리 싸우는 틈을 타 외국항공사들이 재미를 보고 있다"고 싸잡아
비난했다.

<고기완기자>

(한국경제신문 1995년 9월 6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