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미 통상관계에 자동차가 "태풍의 눈"으로 떠오르고 있다.

오는 27일까지 미국의 무역대표부(USTR)는 한국의 자동차시장을 슈퍼
301조에 따라 우선협상대상국관행(PFCP)으로 지정할지 여부를 결정할 예정
이기 때문이다.

미국의 PFCP지정 결정이 20여일 앞으로 임박했지만 한미간 자동차협상은
별 진전을 보지 못하고 있다.

미국은 미일자동차협상이 마무리됨에 따라 다음 타겟으로 한국을 지목하고
나섰지만 한국은 일본과의 차별성을 강조하며 미국측 요구를 받아들일 수
없다는 입장이어서다.

따라서 최악의 경우 한국은 사상 처음으로 자동차 분야에서 미슈퍼 301조
라는 철퇴를 맞을 가능성도 점쳐지고 있다.

미국이 한국에 요구하고 있는 자동차 시장개방확대의 주테마는 "대형차
시장의 문을 좀더 열라"는 것으로 요약된다.

우선 미국이 가장 강력히 촉구하고 있는 자동차 관련 내국세 개선등이 특히
그렇다.

미국은 한국이 자동차세와 특별소비세 지하철공채매입액등에 대해 적용하고
있는 배기량별 누진세율을 완화하라고 주장하고 있다.

현행 자동차 관련 세제가 배기량 2천cc이상 대형차에 대해선 무거운 세금을
메기는 누진세율로 돼있어 미국의 주무기인 대형승용차에 불리한 탓이다.

이에대해 정부는 국산차와 외국차에 대해 세금을 차등부과하고 있는 것이
아니기 때문에 미국의 요구를 수용하기 어렵다는 입장이다.

정부당국자는 "소형차에 유리한 세금체계는 국내 자동차 산업의 육성차원
에서 중장기적으로 검토하고 있다"면서도 "그렇다고 미국 자동차를 위해
당장 세제체계를 바꿀 순 없는 일"이라고 밝혔다.

미국은 또 한국의 현행 자동차 관세가 8%로 미국수준(2.5%)보다 지나치게
높다며 인하를 요구하고 있다.

그러나 이도 무리한 주장이라는게 정부의 설명이다.

자동차관세 8%는 유럽(10%)이나 캐나다(9.2%)등과 비교하면 오히려 낮다고
반박한다.

더구나 미국의 요구로 10%였던 자동차 관세를 8%로 내린게 올초인 점을
감안하면 추가 인하는 "검토 불가사항"이라는 것.

이밖에 미국업계가 주장하고 있는 형식승인 절차나 소비자인식개선 부문은
이미 한국정부도 상응하는 노력을 하고 있어 "좀더 지켜봐 달라"는게 정부
당국자의 얘기다.

정부는 일단 이달중순께 공식대표단을 미국에 보내 한국측 입장을 설명하고
이해를 구한다는 계획이다.

그러나 협상전망은 극히 불투명한 상황이다.

통상산업부 관계자는 "무엇보다 한국자동차 시장이 PFCP지정을 받지 않도록
최선을 다한다는 입장이나 두나라간의 주장이 평행선을 달리고 있어 협상
결과는 낙관할 수 없다"고 말했다.

물론 정부는 PFCP로 지정되더라도 슈퍼 301조에 따라 무역보복을 당하기
까지는 1년이상 거리는데다 세계무역기구(WTO)에까지 올라가면 또 1년이
소요돼 아직 시간적 여유는 있다고 분석한다.

설령 이달말 PFCP지정을 받더라도 협상의 여지는 있다는 얘기다.

그러나 미국이 WTO제소 절차와 슈퍼 301조 발동을 동시에 병행할 경우
미국의 무차별 보복조치는 의외로 일찍 한국을 강타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한미간 자동차협상이 "찾잔속의 태풍"으로 끝날지, 아니면 "통상전쟁"으로
비화될지 여부는 앞으로 한국정부의 협상력과 대응형태에 달려 있다는게
전문가들의 시각이다.

<차병석기자>

(한국경제신문 1995년 9월 6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