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태평양 경제협력체(APEC)의 정상들에게 이지역의 자유무역과 투자
자유화를 좀더 확고한 이행계획을 가지고 추진할 것을 촉구하는 태평양
경제인포럼(PBF)이 최근 미국에서 개최되었다.

태평양경제인포럼은 지난 93년 제1차 APEC 정상회담의 결의에 의해 발족
되어 작년 보고르회담에 "APEC의 청사진-성장과 공동번영을 위한 전략"
이라는 보고서를 제출하여 선진국은 2002년까지, 그리고 APEC의 모든
회원국은 2010년내에 자유무역과 투자자유화를 실현해야 한다는 과감한
제언을 한바 있다.

이 포럼의 구성원이 APEC 18개국의 정상들에 의해 지명된 대기업과
중소기업을 대표하는 현직 기업인들이며, 이들에게 주어진 임무가 APEC의
고급 관료나 각료들의 검토를 거치지 않고 정상들에게 직접 전달되는 아.태
지역 민간 경제계의 정책대안을 제시하는 것이었다는 점에서 이들의 제언은
기업 경영환경의 과감한 개선요구를 반영하고 있다.

오는 11월 오사카 APEC 정상회담에 제출될 PBF의 제2차 보고서의 구체적
내용이 아직 공개되지는 않았으나 언론보도에 따르면 이들 경제계 대표들은
나라마다 경제발전 단계나 자유화.국제화 수준면에서 상당한 차이가 있지만
APEC가 기업활동을 더 낫게, 더 빠르게, 더욱 효과적으로 수행할수 있도록
과감한 자유화조치를 취해줄 것을 요구하고 있다.

한국경제가 이러한 변화를 경제도약과 선진국 진입의 계기로 삼기 위해서는
자유롭고 개방된 경제체제로 발전되어가는 APEC 경제군에서 뒤처지지 않는
개혁과 혁신노력에 더욱 박차를 가해야 할 상황에 놓여 있다고 하겠다.

첫째 국민.기업.정부의 개별 경쟁력에 기초한 국가 경쟁력강화에 총력을
기울여야 하며, 민간의 창의와 자발적 참여를 경쟁력의 원천으로 삼는
정치적지도력이 요구된다.

작은 도시 국가로 무시되었던 싱가포르가 세계 2위의 일본을 앞지르는
국가경쟁력을 과시하고, 정부보조와 사회보장에 의존하던 뉴질랜드가 호주를
능가하는 경제자유화와 경제개혁에 성공했다.

이들은 모두가 깨끗한 정치, 봉사하는 정부가 사람을 귀히 여기고 기업
혁신을 뒷받침한 때문이다.

이제는 우리도 경쟁력강화 시책의 추진을 관료가 제시하는 백화점식 정책의
나열보다 규제와 간섭을 없애는데서 찾아야 한다.

둘째 세계경제 속에서 10위권에 육박하는 경제규모와 교역량을 가진 한국
경제는 이제 국제 사회에서 더 이상 개도국대우를 요구하고 예외 인정을
구걸해서는 안된다.

인도네시아가 우리보다 더 진취적인 투자자유화를 추진하고 태국이 더
급진적인 금융개방을 실현하고 있는데, 한국경제가 개혁과 개방의 고삐를
당겨잡지 못한다면 현재 칠레나 말레이시아 보다도 뒤지고 있는 우리의
국가경쟁력수준에서는 고도의 경쟁력있는 수출 대기업을 가진채 추락하는
경제를 만들고 말 것이다.

이제는 기업을 마음껏 뛰게 해야 한다.

대기업이든 중소기업이든 기업의 경쟁력을 국가경쟁력의 원천으로 삼아야
한다.

(한국경제신문 1995년 9월 7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