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사인 미국 엔론사가 해외영업의 부진으로 고전을 면치 못하고 있다.
특히 엔론사가 인도 다볼(Dabhol)지역에서 추진중이던 28억달러짜리
발전소 프로젝트를 지난달 초 마하슈트라주정부가 취소하면서 이 회사는
적지 않은 타격을 받았다.
이로인해 사내 일부에서는 국제영업 전략을 재검토해야 하는 것이 아니냐는
의문까지 제기되고 있다.
엔론사의 국제영업 담당부서는 지난 88년이후 영국 남아공을 비롯 아시아
남미지역의 신흥 급성장시장으로 눈길을 돌려 상당한 실적을 올렸다.
이에 힘입어 엔론사는 채 10년이 되지 않아 매출이 90억달러수준으로 2배나
뛰었다.
또 91년부터 지난해까지 4년동안 수익은 해마다 15%이상 늘어나는 성장세를
유지했다.
다볼발전소 프로젝트가 취소되기 전만해도 남미 아시아 중동지역에서
엔론사가 건설중이거나 협상을 진행중인 사업규모는 모두 100억달러에 달해
국제영업부서는 올해 1억8,000만달러의 세전순익을 올려 회사 전체순익
가운데 차지하는 비중이 16.5%에 달할 것으로 예상했었다.
다볼 프로젝트가 취소에 이르게 된데는 엔론사가 몇가지 상황을 오판한데서
비롯됐다고 할 수 있다.
그 중 가장 결정적인 것으로는 인도의 정치상황을 잘못 읽었다는 것.
엔론사는 그동안 인도에서 외국인 투자에 대한 비판이 일기 시작했다는
사실을 대수롭지 않게 여겼었다.
특히 엔론사처럼 높은 수익을 보장받는 ''불평등''계약에 대한 여론은 아주
좋지 않은 방향으로 흘러가고 있었으나 이를 과소평가했었다.
엔론사는 인도투자에서 상당한 특혜를 누리고 있었다.
나라시마 라오총리가 취임할 당시만 해도 인도는 외국투자자들이 거의
돌아보지 않는 황무지였으며 엔론사는 이런 상황에서 지난 92년 수월하게
인도정부로부터 경쟁도 거치지 않고 다볼발전소 프로젝트를 따낼수 있었다.
게다가 생산하는 전력도 비싸게 공급할 수 있도록 ''특별대우''를 받았던
것이다.
엔론사는 이같은 사실을 비밀로 덮어두려 했으나 인도의 한 소비자단체가
소송을 제기, 특헤내용이 백일하에 드러났으며 지난 2월 총선을 통해
마하슈트라주에서 집권당이 된 BJP당은 공약대로 다볼프로젝트를 재검토,
이를 취소하는 조치를 취했던 것이다.
상황을 더욱 악화시킨 요인으로는 현지 기업을 파트너로 삼지 않았다는
점이다.
엔론사의 파트너는 GE, 벡텔그룹 등 미국 기업 뿐이었다.
여기에 다볼발전소 운영에 연관된 지분 20%를 은밀히 미국기업에 팔려고
시도해 가뜩이나 격앙돼 있던 소비자들을 자극, 최악의 상황을 자초한
셈이다.
엔론사는 이로 인해 큰 손해를 보고 있다.
지난 두달동안 주가가 10%정도 떨어지는 등 약세를 나타내고 있다.
하지만 다볼 프로젝트의 취소는 오히려 엔론사의 해외영업을 재검토하는
계기를 만들어줘 엔론사가 한걸음 더 도약하는데 도움이 될 수도 있는
것으로 풀이되고 있다.
물론 다볼 프로젝트가 다시 ''소생''할수 있을지 아직까지는 미지수이지만
그 결과와는 상관없이 엔론사는 아시아지역의 영업에 필요한 귀중한 교훈을
얻었다고 할 수 있다.
엔론사는 사실 대규모 프로젝트에 매달리지 않고도 자그마한 발전소 건설에
주력, 짭짤한 수익을 올리는 등 성공적인 경영을 해오기도 했었다.
과테말라에 건설한 110MW짜리 발전소나 필리핀 중국에서 운영중인
발전소들이 그 단적인 예이다.
엔론사는 국제영업과 관련, 이제 한꺼번에 수십억달러를 벌어들이는 전략을
고수할 것인지 결정을 내려야 할 시기가 된것 같다.
<김현일기자>
(한국경제신문 1995년 9월 11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