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인철 <성균관대교수/경제학>

지난 2년반 동안 우리경제는 크고 작은 변화와 개혁을 많이 경험했다.

그 중에서 특히 정치자금의 수수금지,원로정치인과 고위공직자의 재산
공개,그리고 금융실명제와 부동산실명제실시 등은 매우 충격적이었고
많은 국민들로부터 호응도 받았다.

변화와 개혁으로 인한 경제적 부작용이 다소 예상되긴 했으나 다행히
아직은 이렇다할 큰 부작용이 불거져 나오지 않았다.

사실 오랫동안 굳혀온 제도와 관행의 변화는 오랜시간을 두고 효과를
내게 마련이다.

그러나 다행스럽게도 새정부 취임이후 지금까지 우리경제의 전반적
상황은 호전되어온 셈이다.

93년2월 당시 김영삼대통령의 취임때만해도 우리경제상황은 전반적으로
매우 좋지 않았다.

김대통령 취임 1년전인 92년은 한마디로 경제위기의 해였다.

그해 분기별 GNP실질성장률은 1.4분기 8%에서 2.4분기 6.1%,3.4분기
4.4분기 3.2%수준으로 급강하하고 있었다.

이같은 현상에 기업과 국민은 불안과 두려움을 느끼지 않을수 없었다.

이것은 과거 평균 9%성장률에 비해 엄청나게 심각한 경제불황이었다.

그래서 "경제를 살리자"라는 슬로건을 걸고 새정부는 출범부터
비상대책을 강구했다.

당시 거센반대를 무릅쓰고 "100일 경제정책"이라는 인위적 부양책을
쓰기도 했다.

다행히 93년 하반기 실질성장률은 7%수준을 기록했고 94년 하반기에는
다시 9%성장률을 회복했다.

그리고 작년에 이어 올해 우리경제는 과거와 같이 평균 9% 성장속도를
유지할 것 같다.

물가도 92년 6%이상수준에서 93년에는 4.8%수준으로 안정되었다.

다만 무역수지는 아직도 크게 개선되지 않고있다.

그러나 한편 자본주의의 꽃이라고 할수 있는 주식시장은 그 동안
꾸준히 확장되어 왔다.

기업의 활동전망을 보여주는 종합주가지수가 92년말 580수준에서 지금은
다시 950수준을 나타내고 있다.

이같은 거시경제의 호전이 과연 전적으로 새정부의 정책때문인지 아니면
엔고현상과 같은 대외적 여건변화때문인지 분명하게 가려내기는 어렵다.

그렇지만 개혁을 포함한 국내정책요인과 국외요인이 함께 작용했다고
보는 것이 무난하다.

일반적으로 한나라의 경제가 잘 되고 있는지 아닌지의 여부는 성상
물가 국제수지 이 세가지 거시경제변수의 움직임을 보고 알수 있다.

그래서 성장과 물가실적을 보면 그동안 김영삼정부의 경제운영실적은
그런대로 좋게 평가할 수 있겠다.

그러나 거시경제지표가 다 좋다고 해서 국민들이 그만큼 골고루
잘살아졌다고 볼수 없다.

소득분배구조가 비교적 잘되어 있는 선진국에서는 거시지표가 좋으면
대체로 기업의 경제활동과 개별국민의 소비행위도 그전보다 나아졌다는
사실을 반영한다.

그러나 소득분배구조가 나쁜 후진국에서는 경제의 거시지표와 국민의
후생수준은 별로 관계가 없는 경우가 많다.

우리경제의 내용을 들여다보면 실제상황은 아주 좋지않다.

현재 일반경기가 활성화되고 전체 경제규모가 커지고 있다지만 막상
대다수의 중소기업은 지독한 자금난과 인력난으로 고통을 받고 있다.

과거 정권때보다 훨씬 높아진 기업부도율도 절대 예사로 볼 일이
아니다.

물론 최근에 들어 정부와 대기업은 중소기업문제의 심각성을 인정하고
일련의 조치를 취하고 있지만 아직은 가시적 효과가 없는 형편이다.

현 정부가 출범초부터 규제의 철폐 내지 완화를 해왔다고 하지만
실제로는 구호에만 그치고 크게 개선된 것이 별로 없다는 것이
일반시민들의 느낌이다.

세계각국의 치열한 경쟁에 당면하여 우리가 해야할 일은 많다.

그중에서도 특히 경제주체간의 상호신뢰의 회복이다.

기업 정부 국민간에 쓸데없는 불신이 해소되지 않으면 경제의 체질이
개선되지 않는다.

그동안 추진된 개혁이 소기의 효과를 거두기까지는 시간이 걸리게
마련이다.

그러므로 국민은 인내심을 가지고 계속 정부를 지켜 볼 필요가 있다.

그리고 개혁과 변화가 중단되지 않도록 분위기를 조성시켜나가야 한다.

한편 정부는 최근까지 표면적으로 좋게 나타난 거시경제지표에 너무
매료되어서는 안된다.

우리경제의 거죽만 보지말고 속 내용도 옳게 볼수 있어야 한다.

그래서 멀어지는 민심을 되돌려야 한다.

민심을 되돌리는 가장 효과적인 방법은 정부자신이 달라져야 한다.

정부는 기존의 생각과 행동을 크게 바꾸어야 한다.

그리고 정부의 수뇌부에는 최대로 양심적이고 최고로 지성적인 인물이
모여있다는 확신을 국민에게 줄수 있어야 한다.

그래야 멀어졌던 민심이 돌아오고 국가경쟁력이 증대될 것이다.

(한국경제신문 1995년 9월 12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