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형 전동기를 생산하는 효성중공업 창원 3공장 조립반 정점영(33)씨는
아침에 출근하면 가장 먼저 들르는 곳이 있다.

라인옆에 설치된 생산현황판이다.

그는 주와 일단위의 생산품목과 물량이 적힌 현황판에서 "오늘 해야
할 일"을 찾아낸다.

그리곤 입속으로 작업목표를 중얼거리며 라인으로 향한다.

이같은 광경은 효성중공업 창원공장에서만 볼 수 있는 독특한 모습이다.

효성중공업이 "눈으로 보는 관리"란 신생산혁명 모토를 현장에 구체화
시키고 있어서다.

이 공장에서 생산하는 제품은 초고압변압기 차단기 전동기 등 크고 작은
중전기기.생산제품의 가지 수는 헤아릴 수 없이 많다.

대부분 제품을 특수주문받아 생산하기 때문이다.

예컨대 같은 배전반이라도 주문자에 따라 용량과 성능이 각각 다르다.

때문에 다품종 소량생산에 걸맞는 적기생산방식(JIT= Just In Time )
구축은 필수적이다.

한 라인에서 여러 제품을 생산해야할 뿐 아니라 제품에 따라 생산기일(리드
타임)도 달라서다.

적기생산방식 구축을 위해 효성이 도입한 것은 생산현황판 방식.라인의
흐름이나 부품의 사용여부등 공정전반을 생산 현장에서 쉽게 파악토록 했다.

전동기 공장이 "눈으로 보는 관리"를 실시하고 있는 대표적인 예.주문등에
의해 생산계획이 확정되면 즉각 각 부서에 "작업명령"이 떨어진다.

각 부서 생산현황판에는 수량과 납기등이 적힌 작은 아크릴판(간판)이
만들어져 생산예정칸에 걸린다.

몸체를 만드는 프레임가공부, 양쪽 덮개를 만드는 브라켓가공부 등 공정
초기 부서는 즉각 생산에 들어가면서 현황판의 간판을 "예정칸"에서
"생산칸"으로 옮긴다.

조립부서등 다른 부서들도 작업 진척에 따라 현황판의 간판을 옮긴다.

주단위로 구분된 현황판에서 작은 간판들은 공정 진척에 따라 다음 칸으로
옮겨진다.

조립라인에서도 공정의 흐름은 마치 위성지도(생산현황판)에 표시되는
차량(간판)의 흐름과도 같이 쉽게 파악할 수 있다.

"일본 도요타자동차사의 간판방식은 간판이 부품및 반제품에 부착돼 함께
흐르는 시스템이다. 그러나 우리의 경우 간판이 현황판에서만 움직여
누구라도 공정의 진행여부를 쉽게 알 수 있게끔 돼 있다"(강기문합리화팀
차장).

생산현황판 방식은 후공정에서 전공정으로 주문하는 "후공정 인수
시스템"에 의해 뒷받침되고 있다.

최후 조립계획에 따라 각 공정은 연쇄적으로 바로 앞공정에 물량을
주문한다.

불가피한 상황이 발생하면 빨간 간판이 걸린다.

생산 일정을 조정하라는 신호다.

"눈으로 보는 관리"가 정착되면서 효성중공업은 전동기의 생산 사이클
타임을 20일에서 10일로 줄였다.

흐름이 원활해지자 공정 중간에 대기하는 반제품도 줄었다.

소형전동기 조립라인은 30m에서 10m로 짧아졌다.

여러가지 기계를 한사람이 관리토록 하는 부수적인 효과도 가져왔다.

지난 91년부터 시작된 이런 혁신활동은 효성중공업에 "사람은 줄이고
매출은 끌어올리는" 대성공으로 이어지고 있다.

우선 작업인원이 91년의 2천명에서 현재 1천8백명으로 줄었다.

반면 연간 매출액은 2억4천4백만원에서 지난해 2억7천4백만원으로 늘었다.

인시당 생산성도 91년보다 42% 높아졌다.

모든 흐름이 현장에서 바로 관리돼 불필요한 대기재고를 없앤 적기생산
방식이 정착되면서 효성은 신생산혁명을 이끄는 새로운 리더로 부상하고
있다.

< 창원=정태웅기자 >

(한국경제신문 1995년 9월 12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