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미양국간 최대 통상현안으로 떠오른 자동차협상에 임할 한국측 수석대표
를어느 부처가 맡을 것인가를 놓고 외무부와 통상산업부가 승강이를 벌이고
있다.

힘을 모아도 미국의 파상공세를 이겨낼수 있을지 의심스러운 판에 두부처가
적전분열양상을 띠어 빈축을 사고 있다.

양국간 자동차협상은 19-20일 이틀간 워싱턴에서 열린다.

이번 회의에선배기량이 무거운 차일수록 세금을 많이 물리는 누진적인
내국세제의 개선과 관세인하등이 첨예한 논쟁을 불러일으킬 전망이다.

외무부는 이번 협상에서 기존의 관행대로 자신들이 수석대표를 맡아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그동안 양국통상현안은 외무부의 장기호통상국장과 미무역대표부(USTR)의
런드부대표보가 파트너로 다뤄온 만큼 이번에도 외무부가 협상의 주도권을
잡아야 한다는 입장이다.

실제 연초에 있었던 육류유통기한과 농산물검역문제에 관한 협상도 부분적
으론 보건복지부와 농수산부가 맡아서 처리했지만 전반적으론 외무부가
주도했다는 것이다.

이때문에 이번 자동차협상에서도 장기호통상국장이 수석대표가 되는게
당연하다는게 외무부논리다.

게다가 이번 자동차협상은 통산부만 관련되어 있는게 아니고 내무부
건설교통부등 여러부처가 연관돼 있어 외무부가 이를 종합적으로 파악해서
처리할 필요가 있다는게 외무부의 지적이다.

이에대한 통산부의 반응은 한마디로 말도 안되는 소리라는 입장이다.

통산부는 그논리로 전문가론을 든다.

자동차협상같은 고도의 실무지식이 필요한 자리에 자동차업무를 전문으로
다루고 있는 통산부가 나서야만 협상을 순조롭게 이끌수 있다는 주장이다.

협상테이블에 오른 메뉴를 가장 잘 요리할줄 아는 부처가 통산부여서 수석
대표도 당연히 자신들이 맡아야 한다는 논리다.

게다가 통산부는 통상주무부처의 하나로 통상기술도 다른 부처보다 뛰어난
만큼 실무능력과 통상기술을 동시에 갖춘 통산부가 수석대표를 맡는게
합리적이라고 주장했다.

최근 미국과의 담배협상을 재정경제원이, 통신협상을 정보통신부가 맡았던
점도 통산부는 상기시켰다.

통산부는 특히 다른 나라도 품목별 분야별 협상은 각 부처나 통상주무부처
에서 맡고 있다고 주장했다.

양부처의 승강이는 통상의 주무부처에 대한 모호한 정부조직법에서 비롯
되고 있다.

정부조직법에 통산부는 "통상에"에 관한 사항을, 외무부는 "통상협상에"에
관한 사항을 맡도록 되어 있어 애초부처 업무분장이 선명치 않다.

이중 "통상에"에 관한 사항을 놓고 통산부는 통상교섭도 포함하는 것으로,
외무부는 통상진흥쪽에 촛점이 맞춰 있는 것으로 각각 자기위주로 해석하고
있다.

어떻게 보면 통상협상의 수석대표는 그리 중요하지 않을수 있다.

대표단전체가 현안을 숙지하고 일사분란하게 대응한다면 수석대표가 누가
되느냐는 부차적인 문제일뿐이다.

그럼에도 양부처가 한미자동차협상의 수석대표를 놓고 승강이를 벌이는
것은 이른바 밥그릇을 서로 차지하려는 주도권싸움에 불과하다.

골리앗의 파상공세앞에 여러 다윗이 제몫찾기에만 급급한 형국이다.

싸움에 임하기에 먼저 내부전열부터 재정비하는 일이 시급하다는 주장에
두부처는 귀기울여야 할때다.

< 고광철기자 >

(한국경제신문 1995년 9월 13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