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소득 종합과세 정책이 혼선을 거듭하면서 시중자금은 갈 곳을 찾지
못한 채 단기부동화하고 있다.

금융기관은 물론 개인예금주들이 만기를 최대한 짧게 해 뭉칫돈을
굴리고 있는 것.

12일 C투금 관계자는 "정부 정책이 하도 오락가락해 이럴 때는 자금을
짧게 짧게 굴리는 게 상책이라고 여.수신 고객들에게 상담해주고 있다"고
말했다.

자금의 단기부동화는 우선 투금사 창구에서 눈의 띄게 나타나고
있다.

기업들이 주로 3-6개월짜리 단기운용자금을 조달해 쓰는 기업어음(CP)은
추석연휴 직전인 지난 7일부터 1개월짜리 위주로 거래가 이뤄지고 있다.

1개월짜리 기업어음 금리도 지난달말의 연13.0%대에서 추석연휴 직전
연13.1%로 오른데 이어 12일에는 연13.5%까지 뛰었다.

반면 3개월이상의 기업어음 거래는 한산하다.

"기업어음을 사가는 예금주들이나 기업어음을 발행해 자금을 조달하는
기업체 모두 정부정책에 불안하기는 마찬가지지요"

제일투금 이부형상무는 자금시장의 예측이 어려울수록 자금의
단기부동화는 심해진다고 분석했다.

자금의 단기부동화는 양도성예금증서(CD)의 발행액도 늘리고 있다.

지난 7,8월 두달간 2조7천6백억원어치나 팔렸다.

만기는 주로 3개월 짜리다.

오는 10,11월 만기 때까지 참았다가 정부의 금융소득 종합과세 실시방침을
보고 돈의 향배를 결정하겠다는 "눈치작전" 계산이 깔려있다.

자금을 쓰는 기업체 측면에서는 단기자금을 쓰기 때문에 운용자금을
미리 확보하려는 가수요가 일 수가 있으나 현재 가수요 현상은 나타나지
않고 있다.

추석자금이 아직 남아있는데다 자금시장의 유동성도 그런대로 괜찮은
편이기때문이다.

정 자금사정이 빡빡하면 은행에서 당좌대출을 더 받을 여유도 있다.

하지만 기업체들은 심리적으로 불안해지기 시작했다.

그래서 지난 11일부터투금사에는 기업어음 발행물량을 늘려 신용대출액을
늘려줄 수 없느냐는 문의가 잇달았다.

금리하향 안정세가 계속되던 지난달과 9월초만해도 투금사에선 설비
투자축소에 따라 기업어음을 발행하겠다는 대기업도 줄고 마땅한 자금
운용처도 없어 기관들의 뭉칫돈 예금을 사절하는 기현상을 빚지도 했었다.

이젠 상황이 역전돼 기업어음을 사겠다(예금)는 쪽보다 팔아줄 수
없느냐(대출)쪽이 많아진 것이다.

자금시장 전문가들은 부동자금이 단기화될 수록 시중금리는 "단고
장저"의 추이를 보일 것이라고 전망했다.

이날 장기금리인 3년만기 회사채 유통수익률이 오전 한때 연13.15%로
전날대비 0.04%포인트 상승했다가 다시 연13.13%로 떨어진 점에서 1년
이상의 장기금리는 하락할 기미를 보였다.

그러나 1-3개월짜리 기업어음이나 양도성예금증서등의 물량이 늘어나면서
이들 금융상품의 값어치는 하락,수익률은 계속 올라갈 것으로 전망된다.

<정구학기자>

(한국경제신문 1995년 9월 13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