멕시코인중에는 혼혈이 되어 파란 눈동자를 가진 사람들이 있다.

인디오와 백인계의 혼혈로 메스티조라고 불리는 사람들이다.

그들은 혼혈인인 것을 자랑으로 생각하는데 이는 조상들의 통한을 잊고
하는 행동이다.

멕시코는 스페인에 의해 점령당했을 당시 스페인인들이 신의 계시라는
핑계를 빌려 계획적으로 인종개조작업을 벌였음에도 말한마디 못하고 당한
아픈 역사를 갖고 있다.

정도의 차이는 있지만 식민통치를 받았던 국가들엔 과거를 쉽게 잊기엔
쓰라린 역사의 상처가 있다.

지금 국립중앙박물관 뜰에는 박물관건물 첨탑이 내려져 구경거리가 되고
있다.

식민잔재를 없애야 한다는 시각에 의해 옛조선총독부건물이 철거되는
과정에서 나타나고 있는 한 모습이다.

얼마전에는 남산외인아파트가 폭파에 의해 철거되면서 큰 구경거리가
됐고 비슷한 위치에 있는 하얏트호텔까지 헐어야 한다는 소리도 들려왔다.

많은 사람들이 그렇게 철거되는 모습에 마치 맺힌 한을 푼듯 쾌감과
후련함을 느끼는 것 같다.

어쩌면 사람들의 마음속 깊숙이 파괴심리가 잠재돼 있는지도 모를 일이다.

적잖은 사람들의 생각처럼 옛조선총독부건물을 헐어야 일제잔재가
없어진다고 믿는 것은 손바닥으로 하늘을 가리고 하늘이 안보이도록 막았다고
판단하는 것과 다를바 없다.

건물을 말끔히 헐어내도 36년동안의 일본식민지통치시대를 역사속에서
없앨수는 없다.

이탈리아국민들은 독재자 무솔리니에 의해 2차대전의 모진 고통을
감내하고도 무솔리니광장 건물을 철거하지 않고 관광자원화하고 있다.

과거청산에 지나치게 집착하는 우리의 태도에 과연 문제는 없는 것일까.

우리는 지금 모든것이 끝없이 변화되는 다원주의사회에 살고 있다.

문화의 패러다임 역시 다양화 복합화되고 있음도 잊어서는 안될 것이다.

(한국경제신문 1995년 9월 13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