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도권 인구집중 억제가 국정최대 난제의 하나라는데 이견이 없으면서
과거 어떤 정책도 신통하게 실효를 거두지 못했다는 사실은 문제의
심각성을 말해 준다.

그런 가운데 12일 오명 건설교통부장관이 밝힌 수도권 4대 신도시
건설구상 역시 해법이라기 보다는 문제를 더 꼬이게할 허점을 담고
있어 지자체와의 연계등 발상전환이 좀더 요구된다.

서울주변을 4방의 지역생활권으로 나눠 각1개 거대도시를 조성한다는
이 구상은 설득력을 갖는다.

그 근거는 새 도시가 기존 위성도시 같은 베드타운이 아니라 자족기능
도시라는 대목이다.

그러나 좀더 솔직하자.근년 분당 일산 2도시만이 200만호 주택정책의
일환으로 세워졌을뿐 그에 앞서 여러 위성도시를 개발하면서 당국이
직장-주거 일치를 표방하지 않은 적이 있었던가.

문제는 정책의도와 아랑곳 없이 세워지고 나면 서울출근 직장인의
주거기능으로 한정되는 괴리이며 이를 직시,해결하는데 정책의 역점이
가지 않으면 자기기만만 반복될 뿐이다.

그뿐 아니라 거기엔 정치적 악용이라는 불신이 종종 따랐고 결과적으로
부동산값 폭등등 부작용만 컸던 전례가 적지 않았다.

연내 마무리라는 이번 오장관의 일정설정도 문제의 중대성에 비해
시일이 촉박할뿐 아니라 선거를 앞둔 불필요한 오해를 부르기 쉽다.

여기서 중요한 것은 수도권 집중억제 또는 분산이 나라의 정책목표로서
왜 중요한가의 재음미이며 해답 역시 거기서 나올수밖에 없다는 점이다.

그렇잖아도 밀도 높은 한국인구가 서울중심 동심원을 그리며 끝없이
집중함으로써 교통난 공해 범죄 교육등 거의 무제한한 사회문제의
화근이 되고 있다.

그 근본 원인은 무엇인가.

교육 정치 경제 문화 편익의 여러면에서 서울이 지방을 압도한다는
사실이다.

어디에서 끊어야 문제가 풀릴지 모를만큼 원인이나 결과 모두가 얽혀
무한순환한다.

시골 청소년의 무작정 상경이 말해주듯 서울에 와야 돈벌고 출세하며,또
그러려면 서울서 학교를 다녀야 가능하다는 인식이 오늘까지도 맞물린다.

따라서 잊어서 안될 것은 억제가 됐든 분산이 됐든간에 서울집중
시정은 뿌리깊은 경존촌비 서울편중 인식의 시정없이 불가능하다는
확고한 신념이다.

어떤 희생을 무릅쓰고라도 지방자치제를 앞당기자는 국민적 합의의
저변을 여기서 새삼 되새길 필요가 있다.

그 속엔 풀뿌리 민주주의 못지 않게 "사람은 나면 서울로"라는 절대절명의
가치의식을 한가지씩 실질로 파괴하는데 더큰 뜻이 담겨 있는 것이다.

그 효과가 이미 나타나고 있음을 우리는 간과해선 안된다.

6.27선거에서 기초.광역 의회의원은 물론 과반의 기초 단체장이 그
지역학교 출신이라는 사실을 소중한 싹으로 봐야 한다.

또 올해 대졸자 취업률에서 지방대 출신이 서울소재 대학출신에 크게
접근한 통계를 가볍게 봐넘겨선 안된다.

이런 여러 작은 움직임을 일반화 가속화하는 조장책 마련에 정부의
집중적 노력이 필요하지, 반짝 1회용으로 끝날 선심정책은 되레 해가
더 큼을 알자.

(한국경제신문 1995년 9월 14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