채권등에 대한 예외없는 종합과세방침이 확정됨에 따라 금융권에 자금경색
조짐에 대한 우려가 일고 있다.

과세대상인 유가증권의 거래가 급격히 줄어 금융기관과 기업들의 자금조달
이 어려워질 것이라는 전망이다.

통화당국이 자금경색을 막기위해 돈을 풀더라도 금리상승이 불가피하다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금융계는 우선 단기적으로 이들 과세대상상품을 취급하고 있는 금융기관의
자금사정이 악화될 것으로 보고있다.

기업어음의 매출이 급격히 줄고 있는 투자금융회사들이 대표적인 경우다.

기업어음 거래가 대부분을 차지하는 있는 투금사의 어음할인(대출)잔액은
올들어 월 6천억~1조원대의 증가세를 보여 왔다.

하지만 기업어음에 대한 금융소득 종합과세 실시가 확실시되면서 11일
4백65억원, 12일 1천2백4억원이 감소했다.

기업어음 매출등 투신사의 수신은 기업어음에 대한 종합과세방침 여파로
지난 11일 하루만해도 1천8백43억원이나 빠져 나갔다.

채권수요가 급감하면서 금리도 뛰기 시작했다.

14일 3년만기 회사채유통수익률은 연13.22%로 전날보다 0.05%포인트
올랐다.

3일 연속 상승한 것이다.

이렇게되자 다급해진 건 기업어음을 발행해 단기자금을 조달하는 대기업및
중견기업들.

중견기업은 물론 현대 삼성 LG그룹등 굵직굵직한 대기업들도 자금운용에
비상이 걸렸다.

더군다나 정부가 대기업들에게 중소기업에 대한 하청대금을 현금으로
결제하도록 종용하고 있는 터라 자금사정이 더 어려울 것이라는 분석도
나오고 있다.

기업들이 단기운영자금의 조달패턴을 바꾸지 않는한 자금애로가 커질수
밖에 없다는 얘기다.

"기업들은 장기금리의 상승으로 회사채를 많이 발행할 수도 없는데다 단기
자금조달은 경색조짐을 보여 신경을 곤두세우고 있다. 그나마 설비투자
축소로 자금수요가 줄어 다행이나 운전자금조달은 당분간 어려울수 밖에
없다"(신한투금 한근환사장)는 지적에서 기업들의 자금사정을 엿볼수 있다.

기업들이 기업어음을 통한 자금조달이 곤란해질 경우 기댈수 있는 곳은
사실상 은행뿐이다.

은행 당좌대출을 일으켜 자금을 융통하는 것이다.

현재 당좌대출 소진율이 낮은 수준을 유지하고 있어 일견 가능성이 커
보인다.

그러나 은행들도 자금사정이 풀리지 않을 것이고 보면 이 역시 어렵기는
마찬가지다.

은행들의 경우도 정도의 차이는 있으나 사정은 마찬가지다.

양도성예금증서(CD)의 경우 6월부터 2달동안 2조7천억원이나 발행잔액이
증가했다.

작년 1년동안의 증가액 (4조6천5백10억원)의 59.4%에 이르는 규모이다.

그러나 9월 들어선 발행규모가 급격히 줄고 있다.

지난 12일 까지 고작 2백50억원이 증가하는데 그쳤다.

이달 하순께 만기가 걸린게 많아 감소폭은 더욱 커질 것이라는게 은행
관계자들의 진단이다.

더구나 올 연말께 자금시장이 대혼란에 빠질 것이라는 지적도 있다.

특정금전신탁등 종합과세에 대비해 일시적으로 잠적한 돈이 연말께 본격적
으로 이동할 것이라는게 "혼란설"의 근거다.

그렇다면 이들 상품에서 빠져나간 돈은 어디로 갈것인가.

금융권내의 다른 금융기관으로 이동할 것인가, 아니면 부동산등 금융권
밖으로 나갈 것인가.

금융계는 일단 금융권내에서 머물게 될 것으로 낙관하고 있다.

중장기적으로는 자금이 실물자산으로 이동하는데는 한계가 있다는 것이다.

따라서 장기적으론 자금시장이 안정을 회복할 것이라는 얘기다.

"단기적으론 통화를 신축적으로 공급하면서 기업들의 자금조달창구를
은행등으로 분산시킬 경우 자금시장은 안정을 쉽게 되찾을 것"(박재환
한국은행 자금부 부부장)이라는 분석에서 낙관론의 근거를 읽을수 있다.

다만 지난 13일 정부가 발표한 수도권 신도시 개발계획등으로 부동산투기가
재연될 경우 금융권의 혼란은 의외로 장기화될수 밖에 없다는게 전문가들의
공통된 지적이다.

< 박영균.정구학기자 >

(한국경제신문 1995년 9월 15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