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브뤼셀=김영규특파원 ]유럽연합(EU)이 새로운 "아시아전략"을 수립하고
이 지역과 정치.경제적 관계를 한층 돈독히 하기 위해 발벗고 나섰다.

리언 브리튼 EU 대외무역담당 집행위원은 14일 런던소재 왕립 방위연구소
에서 행한 연설을 통해 앞으로 유럽이 아시아국가들에 많은 관심을 기울여야
한다고 역설하면서 "아시아전략"의 목표와 요지를 밝혔다.

브리튼위원은 이미 국경을 철폐한 EU가 여세를 몰아 아시아측에 자유무역에
관한 청사진을 제시할 수 있다고 말하고 "야심적인" 일정을 마련할 것을
촉구했다.

일정에 관한 구체적인 내용은 언급하지 않았다.

그는 무역장벽을 허물고 지적재산권이나 경쟁.투자정책 등의 분야에서
세계기준을 수립하는 것이 유럽과 아시아의 공동관심사라고 말했다.

또 양자간의 협력이 앞으로 에너지문제와 안보문제로 확대돼야 한다고
덧붙였다.

브리튼위원은 EU가 통상면에서 한국 일본 중국 및 아세안(동남아국가연합)
국가들과 "동반자관계"를 원한다고 밝혔다.

또 이들에게 큰 관심을 기울이지 않으면 유럽의 번영과 위상은 더욱 추락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그 이유는 아시아가 이제 "무시할수 없을 만큼 커졌기 때문"이다.

브리튼위원은 지난 10년간 대유럽 수출에서 아시아가 점유하는 비중이 2배
로 확대됐으며 유럽의 대아시아 원조금액이 일본.미국보다 많다고 지적했다.

"아시아전략"에 관한 브리튼위원의 이같은 발언은 아시아-EU간의 첫 정상
회담을 반년 앞둔 시점에 나온 것이어서 비상한 관심을 끌고 있다.

아시아-EU 정상회담은 지난해 싱가포르가 제안한 것으로 내년 3월께 태국
방콕에서 처음 열릴 예정이다.

이 회담에는 한국 일본 중국및 아세안 7개국등 아시아 10개국 정상과 EU
15개국 정상이 참여한다.

EU는 이 정상회담에 큰 의미를 부여하고 있다.

고성장지역인 아시아에서 입지를 다질수 있는 좋은 기회가 될 것이기 때문
이다.

정상회담의 일차적인 과제는 내년말 처음 열리는 세계무역기구(WTO) 각료
회담에 앞서 입장을 조율하는 것이다.

무역.투자 자유화에 관한 각료회담에서 아시아가 미국입장만 지지, 유럽이
코너에 몰리는 사태를 막으려는 유럽의 속셈도 엿보인다.

세계은행은 최근 2000년까지 세계경제 성장의 절반이 동아시아.동남아시아
에서 이뤄질 것이라고 전망했다.

또 2000년이 되면 가처분소득이 미국.유럽수준에 이른 아시아 인구가
4억명이 된다고 내다봤다.

유럽은 고성장지역인 아시아를 더이상 내버려둘수 없다고 판단하기에
이르렀다.

특히 미국이 아태경제협력체(APEC)로 아시아권을 장악해버린 지금 아시아가
미국에 더이상 치우치는 것을 막지 못하면 미국과의 파워게임에서 일방적
으로 밀릴수 있다고 우려하고 있는듯 하다.

브리튼위원이 아시아와의 관계가 장차 안보로까지 확대돼야 한다고 언급한
점이 이를 입증한다.

브리튼위원은 이달중 일본 싱가포르 베트남등 아시아국가들을 방문한다.

아시아-EU정상회담을 준비하는 한편 "아시아전략"을 구체화하기 위해서
이다.

(한국경제신문 1995년 9월 16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