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마을운동 하면 우리 국민중에 거부반응을 보이는 사람이 상당수 있을
것이다.

그 까닭은 ''근면 자조 협동''이라는 새마을운동의 기본정신이나 그간의
실적과 공헌을 부인하기 때문이 아니다.

새마을운동의 긍정적 측면보다 부정적인 측면이 우리마음속 깊이 박혀 있기
때문이다.

새마을운동은 70년 4월 전국 지방장관회의에서 박정희대통령이 제창해
시작됐다.

우선 첫단계는 농촌환경정비사업으로 전개됐고 정부주도형이었다.

당시의 구체적 보기를 든다면 주로 내무부산하 지방공무원들에게 지역적
사업추진을 할당했고 이 운동의 성취를 서약하는 상징으로 백지사표를
소속장에게 제출케 했었다.

또 72년의 이른바 10월유신 직후 새마을운동을 본격화한 사실을 두고 이
운동을 정치목적에 이용했다고 보는 사람들도 있었다.

이같은 정치적 시각에서 새마을운동이란 ''10월유신''의 유산이라고 생각하는
사람도 있다.

한편 88년의 ''새마을비리'' 사건은 새마을운동이 정치적 사회적으로 얼마나
악용될수 있었는가를 보여줬다.

그러나 순수한 의미의 새마을운동은 지금도 존재의의가 있다고 본다.

아직도 우리사회엔 범국민적인 정신운동이나 의식구조 개혁운동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다만 이 운동은 순수한 민간주도의 운동이어야 한다.

새마을운동은 초기에 정부주도형으로 시작해서 80년에 특별법 제정으로
새마을운동중앙본부가 설립됐고 또 다시 새마을운동 중앙협의회로 개편
됐었다.

이런 과정을 거치면서 새마을운동은 조직상으론 일단 민간주도형이 됐지만
활력을 잃어 왔다.

서울시는 청사 옥상에 걸렸던 새마을기를 19년여만인 다음달 1일에
내리기로 했다한다.

서울시는 시청외에 시산하기관과 사업소 등의 게양대에서도 새마을기를
내리기로 해 다른 지자체에도 파급될 것으로 보인다.

새마을운동의 성격이 변했으므로 지자체청사나 산하기관에 새마을기를
단다는 것은 부자연스럽다는게 그 배경이다.

그러나 지자체 청사나 그 산하기관의 게양대에서 새마을기가 사라졌다
해서 새마을운동의 기본정신이나 운동자체가 우리사회에서 없어진 것은
아니다.

오히려 새마을기가 내려지는 것을 계기로 명칭이나 조직형태야 어떻든간에
민간 운동으로 계속돼야 할 것이다.

19년여의 영욕을 담은 새마을기가 내려진다는 소식을 들으면서 새삼 시대의
흐름을 절감한다.

(한국경제신문 1995년 9월 17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