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CTPN의 이번 보고서는 그 내용보다도 제출시점이 주목을 끄는 부분이다.

사실 검역및 통관절차가 지나치게 길다든지 라벨링등에 관한 규정이 자주
바뀐다든지 하는 불평은 이미 여러차례 양국의 협상 테이블에 올랐던
메뉴들이다.

그럼에도 이번 보고서를 "흘러간 노래"정도로만 흘려버릴수 없는 것은
워싱턴에서 자동차협상(19,20일)을 갖는 미묘한 시점에서 이 보고서가
나왔다는 점이다.

11월에는 일본 오사카에서 APEC각료회의도 열린다.

이런 상황에서 미재계의 입장을 대변하는 ACTPN이 한국시장의 폐쇄성을
강도높게 비난하고 나선 것은 미정부로 하여금 한국에 대한 통상압력을
강화하게 하려는 의도가 아니냐는게 업계의 대체적인 시각이다.

특히 미키 캔터 USTR대표는 이번 보고서에 대해 "매우 시의적절하다"고
논평해 APEC회의석상에서 이 문제를 주요쟁점화할 것임을 시사했다.

이와함께 한국을 중국 인도 베트남 등과 한 그룹으로 다루고 있는 점도
적잖이 "충격적"이다.

한국의 눈으로 보면 관세.비관세할것 없이 무역장벽이 한껏 높은 이들
국가와 한국이 같은 반열로 취급되고 있는 것은 억울하다고도 할 수 있다.

보고서에 담겨있는 이같은 한국에 대한 시각과 제출시기의 미묘함때문에
이번 보고서에 대해 "재팬 배싱(bashing :때리기)"에 이어 "코리아 배싱"이
시작되는게 아니냐는 우려마저 대두되고 있다.

실제로 미국 언론들은 미일자동차협상이 진행될 때부터 "다음 차례는
한국"이라는 워싱턴의 분위기를 전달해 왔기에 더욱 그렇다.

이와관련, 통상관계 전문가들은 한국정부의 대미통상정책이 근본적으로
방향을 전환해야 한다고 충고하고 있다.

한국정부는 미국과 통상현안이 불거질 때마다 미국관리들을 설득하는데에만
매달려 왔는데 그보다는 미국의 재계등 민간의 한국에 대한 시각을 개선해야
한다는 것이다.

< 임혁 기자 >

(한국경제신문 1995년 9월 19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