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 우리사회 일각에선 "도대체 누구를 믿고 무엇을 신뢰해야 할
것인가"라는 한탄의 소리가 나오고 있다.

그도 그럴것이 국회의원이 뇌물을 받고 은행에 공갈쳐서 연대채무를
면제시키는가 하면 조세학회 이사장에다 대학원에서 세법을 강의하는
저명인사가 억대의 탈세를 했다고 하기 때문이다.

또 일전에 유명 곰탕집에서 쇠고기를 바꿔치기 했는가 하면 유명
중국음식점들이 가짜 상아지느러미를 버젓이 손님식탁에 냈다고 한다.

명성에 대한 배신이 잦고 신뢰가 무너지면 그 사회는 버팀목을
잃게된다.

그런데도 어째서 이런 일이 자주 일어나는 것일까?

신뢰란 사회적 미덕에 미치지 않고 경제발전의 속도나 현실에 크게
영향을 미친다는 내용이 담긴 신간이 출단돼 구미학계에서 논란이 일고
있다 한다.

"신뢰(Trust)"라는 이 책의 저자는 "역사의 종언"의 저자이기도 한
일본계 미국인 프란시스 푸쿠야마로 최근 뉴욕 타임스 서평란에 크게
보도된뒤 주목을 받아 반론과 비판이 속출하고 있다는 것이다.

이 책의 논지는 현재 세계는 자유민주주의와 시장경제 지형이라는
점에서 공통외고 있으나 경제발전의 속도나 형식이 각기 현저하게
다른 까닭은 각국가의 사회안에서 국민간의 상호신뢰에 고저의 차이가
있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그는 상호신뢰가 가족이나 친적간에만 높고 일반사회에서 낮은
"저신뢰사회"의 대표적인 국가로 중국 이탈리아 프랑스 등을 들고
반면에 "고신뢰사회"는 미국 일본 독일등이라고 분류하고 있다.

그는 또 신뢰의 고저에는 사회의 전통이나 종교 명예 충성의 관념등이
영향을 미치지만 "고신뢰사회"에선 정부의 직접적인 지원을 필요로
하지않는 민긴대기업이 원할하게 기능하고 "저신뢰사회"에선 가족
친적중심의 중소기업은 잘 운영되지만 대규모의 근대적 경제활동은
곤란하다면서 싱가포르 홍콩 대만등도 이같은 경향이 있다고 지적한다.

따라서 그는 신뢰오의 차이때문에 일본과 다른 아시아국가와는
산업구조에 결정적 차이가 있으며 일본은 아시아국가이지만 특수한
존재라고 말한다.

한마디로 아시아에 있어서 일본의 경제적 우위는 확고부동하고
따라갈 나라가 없다는 말이 된다.

후쿠야마의 논리야 어떻든 우리사회에서 신뢰의 회복이 시급한
과제인 것만은 확실하다.

신뢰가 없이는 신용사회도, 선진국도 될수 없기 때문이다.

(한국경제신문 1995년 9월 19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