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나라의 잘 살고 못사는 정도를 다른 나라와 비교 평가하는 일은
대단히 어려운 작업이다.

다양한 기준이 사용될수 있는데다 기준의 타당성과 정확성에 시비가
있을수 있기 때문이다.

하물며 어느 나라가 더 살기좋고 혹은 살기힘든 나라, 살고 싶은
나라와 살기 싫은 나라인가를 순위매기는 일은 불가능에 가까운
작업이라고 해야 한다.

그러나 전문기관들은 이런저런 목적으로 쉼없이 작업을 하고 있고
수시로 그 결과를 공개하여 사람들의 관심을 끌곤 한다.

세계은행이 최근 공개한 "세계의 국부평가보고서"도 그 가운데
하나라고 보면 된다.

다만 우리에게 한가지 중요한 시사를 주고 있으며 그 점에서 특히
관심을 가져볼만한 내용이라고 생각된다.

그것은 한국의 부가운데서 거의 절대적이라고 해야할 비중을 차지하는
것이 다름아닌 인적자원, 즉 사람이라는 내용이다.

세계은행은 주로 1인당 국민소득을 측정기준으로 세계의 국가들을
고소득국 중소득국 저소득국 빈곤국 등으로 분류해왔다.

유엔과 관련있는 기구라는 점에서 유사성이 있는 유엔개발계획(UNDP)은
얼마전 출생시 기대수명, 성인의 문자해득률, 1인당 실직GDP(국내총생산)
를 토대로 "인간개발지수"란걸 산출하여 130개 국가별 순위를 매긴바
있는데 이경우에는 일본이 1위 한국은 34위로 기록되었다.

세계은행이 이번에 종래와는 다른 평가방법을 사용했다.

천연자원 생산된자원 인적자원등 3가지 요소를 사용하여 1인당 부를
평가하고 동시에 각 요소별 비중을 백분율로 적시했는데 한국은 홍콩과
더불어 인적자원 비중이 전세계 192개국 중에서 가장 높은 국가로
자리매김되었다.

우리가 가진 것은 사람뿐이라는 얘기는 새삼스러운게 아니다.

근면하고 잘교육된, 그러면서도 저렴한 노동력이 한국경제의 오늘을
있게 했다.

또 장래에도 결국은 사람이 무국경 경쟁시대의 생존과 세계화 선전화의
핵심요소가 될것임을 부인할 사람은 없다.

그러나 우리사회는 이 너무나도 명백한 사실을 망각하는 경향이 있다.

교육문제로부터 시작해서 여성인력과 고령자문제, 아직도 불안정한
노사관계, 기술개발과 고급두뇌및 전문인력 확보문제 등에 이르기까지
인적자원의 효율적 개발활용을 가로 막는 요소들이 많은 현실이
그 중거다.

지금 한창 시끄러운 한.약분쟁은 교육을 학문이 아니고 밥그릇의
도구로 아는 소치다.

너나없이 교육의 중요성만을 강조했지 실천방법에선 딴청이다.

여성인력의 차별없는 경제활동참가 필요성을 외치면서도 정작 실행에선
여성자신까지도 유보적이다.

현실은 혼돈 바로 그것이다.

그리고 이 혼돈에서 벗어나려면 해외동포를 포함한 우리 인구의
잠재력과 활용극대화를 위한 보다 깊은 학문적 연구와 국가차원의
장단기 종합계획이 있어야 한다.

인구학 혹은 인구경제학의 중요성이 새삼 부각되고 인력의 자원화에
범정부적인 노력을 집중해야 한다.

세계은행보고는 평가이기보다 우리의 진로에대한 권고로 이해해야
할 것이다.

(한국경제신문 1995년 9월 20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