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14일부터 28일까지 2주동안 유엔본부 경제사회이사회(ECOSOC)회의실
에서 열린 "개발을 위한 의제(Agenda For Development)" 토론에는 1백
30개국이 참가, 목청을 높였다.

이 의제는 지난해 총회에서 채택된 것으로 특히 개도국들의 지대한 관심을
모았다.

브라질의 프로렌시오, 필리핀의 마날라, 인도의 아룬등의 활약이 돋보인
것도 바로 이 때문이었다.

회의 전반에 걸쳐 제3세계, 아프리카등 저개발 국가들이 공세를 취한 반면
서방국가들은 수세의 입장에 서야 했다.

개발을 위한 의제는 외채 무역 기술이전 공적개발원조(ODA)등을 폭넓게
다뤄 선진국과 개도국간의 빈부격차를 가능한한 줄여보자는 것이 그 목적
이었다.

이 회의에서 세계빈곤타파라는 공동목표를 갖고 있는 유엔과 브레튼 우즈
체제인 세계은행(IBRD), 국제통화기금(IMF)이 서로 긴밀한 협조를 위해
연락위원회를 설치키로 합의를 보았다.

그러나 선진국이 GNP의 0.7%를 개도국을 위한 공적개발원조기금으로
출연하는 문제와 최빈국의 외채탕감을 미결인 채로 남겨 두었다.

이와같이 냉전종식과 함께 대두된 문제가 바로 경제사회문제이다.

개발을 위한 의제는 이를 해결해 보자는 것이다.

경제적 빈곤은 곧 사회문제를 야기하기 때문에 경제와 사회는 같은 범주
에서 취급되고 있다.

따라서 경제사회이사회의 기능을 강화하고 기구를 확대해야 한다는 요구가
강하게 제기되고 있다.

첫째 의장단의 확대이다.

부트로스 부트로스 갈리 유엔사무총장이 제안한 이 의제는 현재 의장 1명,
부의장 4명으로 구성되어 있는 경제사회이사회의 의장단을 15개국 정도로
확대하자는 것이다.

계속 제기되는 현안을 가능한한 빨리 심의하고 합의를 도출하자는게 그
취지이다.

둘째는 경제안보이사회(Economic Security Council)의 설치이다.

개도국과 선진국간의 심각한 빈부격차, 3천만명이 넘는 난민, 환경파괴
등으로 국제사회는 쉼없이 요동치고 있다.

이러한 문제해결을 위해 고위급 기구의 설립이 필요하다는 주장이다.

정치문제는 안전보장이사회가, 경제사회문제는 경제안보이사회가 해결하자
는 발상이다.

경제안보이사회 설립제안은 유엔안에서는 물론이고 유엔 밖에서도 상당한
공감대를 형성하고 있다.

자크 상테르 EU집행위원장이 이 제안을 지지하고 있고 지난1월 스위스
다보스에서 개최된 세계경제포럼에서도 이 문제가 정식으로 논의돼 그
필요성을 담은 문서가 유엔사무총장에게 전달되기도 했다.

셋째는 유엔개발이사회의 신설이다.

이사회는 UNDP등 유엔개발기구의 집행이사회대표 IMF IBRD ILO FAO등의
전문대표로 구성하고 경제사회이사회의장이 회의를 주재하는 것이다.

유엔개발이사회는 개발정책을 논의하기 보다는 유엔개발활동의 일관성과
효율성 감시에 중점을 두고 있다.

넷째는 개발이사회의 설립이다.

개발이사회는 G7 77그룹 OPEC대표로 구성하여 대화및 협상을 통해 사전
예방적인 조치를 취하자는 의도에서 나온 제안이다.

경제사회이사회와 함께 총회의 개혁도 강하게 제기되고 있다.

냉전시대의 정치우선에서 경제와 개발문제로 관심의 축이 이동함에 따라
총회의 개혁은 불가피하다는 얘기다.

즉 총회는 개발에 관한 국제협력을 최우선 순위로 다루고 이슈를 파악하고
이들 이슈에 대한 정책을 개발하는 방향으로 체질개선을 해야한다는 것이다.

또 세계문제를 다루는 총회인 만큼 명실상부하게 개발 무역 금융에 관련된
국제기구들의 활동을 감독하고 이들 기구간의 조정역할 역시 총회의
몫이라는 것이다.

나아가서는 인도적 구호등 새로이 부상하는 세계적 이슈에 대해 어느 국제
기구가 이를 주도적으로 다루고, 어느 국제기구가 이를 도와 주어야
하는지도 총회가 결정할 사항이라는 의견도 나오고 있다.

이외에 매년 총회 개막에 맞춘 정책대화 경제및 개발문제를 다루는 특별
총회, 총회의 연중개최등이 거론되고 있다.

유엔대표부 임홍재참사관은 "이제 유엔은 퇴색된 정치논쟁에서 점차 벗어나
경제사회이사회와 총회를 개혁, 경제와 개발문제에 전념토록 해야 한다는게
회원국들의 공통된 견해"라고 전한다.

(한국경제신문 1995년 9월 20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