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쓰시타가 아남전자의 유통망을 타고 국내시장에 본격 진출한 것은
외국가전회사들의 ''한국상륙작전''이 본격화되고 있다는 신호탄으로
받아들일 수 있다.

특히 앞으로 수입선다변화품목의 해제를 겨냥한 일제 가전품의 대한러시를
예고하고 있다.

마쓰시타의 전략은 기존 아남의 유통망을 이용하되 ''파나소닉'' ''내셔널''등
자사상표를 부착하는 사실상의 직판매란 점에서 특히 주목거리다.

마쓰시타는 우선 국내판매 규제를 받지 않는 대형 TV 세탁기 등을 중심으로
국내시장에 파고 든다는 계획이다.

국내 소비자들에게 자사의 브랜드 이미지를 높이기 위한 사전 정지작업인
셈이다.

이런 정지작업을 거쳐 오는 98년 이후로 예상되는 수입선다변화 조치
해제에 대응한다는 전략으로 받아들일 수 있다.

한국시장을 노리는 일본기업은 마쓰시타만이 아니다.

소니는 지난 92년 국내에 자사제품 서비스센터를 처음 설립한 이후 현재
전국적으로 20개 가량의 지점을 확보해 둔 상태다.

작년말에 기술전시관을 개설한 데 이어 내년에는 대형 오디오전문점을
서울 부산 등지에 세울 계획인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산요는 국내 제휴선인 한일전기의 서비스요원을 일본 본사에서 대거
연수시키는가 하면 최근에는 국내매체를 대상으로 기업 이미지 광고를
시작했다.

샤프도 이런 대한 공세대열에서 뒤지지 않는다.

자회사인 한국샤프의 1백여개 대리점을 통해 세탁기 청소기 등을 판매할
채비를 서두르고 있다.

일본기업들의 이같은 발빠른 움직임은 국내 진출의 최대걸림돌이 됐던
유통망 미비를 협력선과의 제휴를 통해 극복하려는 것으로 풀이된다.

내년으로 예정된 유통시장 개방이후 이러한 추세는 보다 가속화 될
전망이다.

마쓰시타 소니 등 일본기업들은 특히 한국정부의 대일 수입선다변화
조치를 피하기 위해 동남아 등 제3국에서 생산하는 제품을 대거 들여오는
방안도 추진중인 것으로 알려져 주목된다.

한국시장에 눈독을 들이기는 미국 유럽 등의 가전회사들도 마찬가지다.

네덜란드의 필립스사는 한국에서 본격 형성되기 시작한 와이드 TV 시장에서
이미 상당한 셰어를 확보해 둔 상태다.

미국 제너럴 일렉트릭(GE)사는 최근 대대적인 국내 냉장고 광고를
시작했다.

미국 웨스팅하우스는 효성물산과 손잡고 자사제품과 유럽산제품을 취급할
직판점을 연내 개설할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롯데전자와 판매계약을 맺고 있는 영국의 켄우드도 전기주전자 등
주방용품외에 취급품목을 다양화할 계획이다.

이밖에 미국의 유통전문회사인 시어즈사는 최근 코오롱상사와 독점 계약을
체결하고 냉장고 진공청소기등을 국내 시판키로 했다.

일본 미국 등 외국기업의 경쟁적인 한국시장 공략은 그동안 국내
가전시장을 과점해온 LG 삼성 대우 등 가전사들에 큰 위협이 되고 있다.

이에 따라 국내 가전사들은 기능을 향상시킨 신제품개발과 가격인하등
유통에서의 이점을 살린 서비스경쟁에 나섬으로써 외국업체들의 파상공세에
맞선다는 전략이다.

바야흐로 한국가전시장에서 주도권을 잡기위한 ''글로벌 상품전쟁''이
본격적인 막을 올리고 있는 셈이다.

<김재창기자>

(한국경제신문 1995년 9월 20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