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은행은 지난 11일자로 총수신(평균잔액기준) 25조원을 넘어섰다.

국내 금융기관중 처음이다.

외형에서 국민은행을 따라올 은행은 아직 없다.

지난 79년 총수신 1조원을 은행중 처음으로 넘어선 이래 수위자리를
한번도 내준 적이 없을 정도다.

외형만이 아니다.

내실을 뜯어보면 국민은행이 얼마나 튼튼한 은행인지를 금방 알수 있다.

은행고유계정 예수금(15조9,350억원)이 전체의 64%에 달한다.

신탁계정이 50%를 넘는 다른 은행과는 질적으로 다르다.

거래고객은 무려 1,113만명에 이른다.

우리나라 국민 4명중 1명은 국민은행과 거래하고 있다.

이들이 거래하는 계좌수는 2,079만개나 된다.

"개미군단"이란걸 가히 실감할수 있다.

국민은행이 이런 탄탄한 내실과 거대한 외형을 갖출수 있었던 이유는
여러가지다.

누구는 지난해까지 갖고 있었던 국책은행이란 "보호막"덕분이라고
한다.

부실기업에 시달릴 일도 없고 정부의 지원이 음으로 양으로 도움이
됐다는 것이다.

또다른 사람은 주주에 대한 배당에 연연하지 않고 막대한 이익을 투자에
쏟아부을수 있었던 여건때문이었다고도 한다.

주주에 대한 부담이 없다보니 취약지역에 점포를 늘리거나 직원을 많이
채용할수 있었다는 논리에서다.

이런 분석은 옳다.

그렇지만 다분히 지엽적이다.

국책은행으로서 국민은행이 정부로부터 받은 지원은 거의 없다.

점포가 압도적으로 많다고 하지만 읍.면등에 위치하고 있는 곳이 많아
수익면에선 별 도움이 되지 않는다.

오히려 계좌당 예금이 적다보니 다른 은행과 같은 수익을 내기위해선
더 많은 인력이 필요하다.

거기다 중소기업지원 서민지원등 의무사항은 많기만 하다.

금융계에선 이런 여건속에서도 국민은행이 질적으로나 양적으로나
국내 최고은행으로 우뚝설수 있었던 요인으로 다른 은행보다 한발
앞선 "전산투자"를 꼽고 있다.

다른 은행들이 그저 주먹구구식 영업에 만족하던 시절인 80년대초반,
국민은행은 수백억원을 전산투자에 쏟아부었다.

주전산용량을 가능한한 늘렸다.

전국 450개 점포에서 발생하는 업무를 리얼타임으로 처리할수 있는
온라인시스템도 구축했다.

현금자동지급기(CD) 현금자동입출금기(ATM) 통장정리기등 각종
자동화기기도 남보다 한발 앞서 구입했다.

홈뱅킹 펌뱅킹 폰뱅킹등 전자뱅킹시대도 선도했다.

그런가하면 은행내의 모든 정보를 한눈에 알아볼수 있는
"통합정보시스템"을 조기에 구축했다.

"미래의 은행경쟁력은 결국 전산화의 정도가 좌우할것"이라는 평범한
진리를 미리 파악하고 대비한 결과다.

그래서 국민은행의 각종 금융자동화시스템 앞에는 "국내최초"란
수식어가 따라 다닌다.

우선 ATM CD등 자동화기기 도입현황을 보자.CD는 13년전인 82년에 처음
들여왔다.

기계에서 돈을 찾는다는걸 실감할수 없었던 시절이었다.

지난 89년엔 ATM을 국내은행중 처음으로 선보였다.

그리고 90년엔 통장자동정리기 250대를 국내처음으로 들여와 역시 국내
처음인 "무인자동화코너"를 명동지점에 설치했다.

이로써 국내에서도 무인은행시대가 열리게 됐다.

92년엔 1만원짜리 현찰뿐만 아니라 10만원짜리 자기앞수표도 찾을수 있는
이른바 "2권종 CD"도 다른 은행에 앞서 들여왔다.

지난해엔 자기앞수표도 입금할수 있는 ATM을 설치,자동화기기의 기능을
한단계 끌어올렸다.

지난달말 현재 국민은행이 보유하고 있는 CD와 ATM은 각각 2,150대와
580대에 달한다.

신한은행을 포함한 7대 시중은행 평균치의 배를 웃도는 수준이다.

홈뱅킹 펌뱅킹등 전자뱅킹도 마찬가지다.

지난 89년에 기업의 각종 자금을 일괄적으로 관리해주는 "기업자금
관리시스템(CMS)"을 개발,국내에서 펌뱅킹이란걸 처음 도입했다.

91년엔 지금은 일반화된 전화은행의 전신인 "국민텔레뱅크서비스"를
시작했다.

이어서 <>그림으로 정보를 제공하는 "국민비디오뱅크서비스"(91년)<>PC를
이용한 문자정보서비스인 "국민PC뱅크서비스"(93년)<>홈뱅킹서비스를
통합한 "국민하이터치서비스"(94년)를 연속 개발,은행에 나가지 않고도
안방이나 사무실에서 업무를 처리하는 "다이렉트뱅킹시대"를 열었다.

국민은행의 저력은 겉으로 드러나지 않는 "종합통제시스템"과
"통합정보시스템"분야에서 더 잘 나타난다.

지난해말 국내 금융기관중 최초로 개발한 컴퓨터종합통제시스템이
대표적이다.

이 시스템은 전국 560여개의 유.무인점포와 1만7,000여대 단말기의
운영상황을 대형스크린으로 한눈에 알수 있게한 시스템이다.

만일 장애가 발생할 때는 경보음이 울리고 화면에 붉은색으로 표시된다.

장애를 금방 파악할수 있는 만큼 장애극복도 단숨에 이뤄진다.

통합정보시스템(IIS)은 경영전략수립에 중요한 역할을 한다.

경영자나 책임자들이 버튼 하나만 조작하면 그 시각의 각종 경영자료
고객현황 결재서류 공지사항등을 알수 있다.

구체적으론 <>자산부채종합관리(ALM)<>경영자정보<>여신한도관리
<>목표이익관리<>고객관리<>업적관리<>서면감사<>영업점감사지원
<>영업점경영정보등을 체계적으로 파악할수 있다.

서류도 필요없고 사람을 일일이 부르지 않아도 된다.

의사결정기간이 그만큼 단축되고 다른 은행보다 한발 앞선 경영전략을
구사할수 있다.

국민은행은 여기에서 한발 더 나아가 획기적인 금융자동화시스템을
도입한다는 계획을 추진하고 있다.

우선 무인점포를 지속적으로 확대,24시간 연중무휴로 가동할 생각이다.

또 화상전화기 양방향CATV를 도입해 전자뱅킹의 수준을 끌어 올리는
계획도 추진중이다.

특히 멀티미디어시대에 대비,컴퓨터 화면에 은행원이 등장,각종 상담과
업무를 처리해주는 "버추얼뱅킹시스템"도 내년에 선보일 예정이다.

국민은행이 갖는 장점은 많다. 상품이 다양하다. 예금이자는 높고
대출이자는 낮다. 전국 어디에 있는 점포를 찾아가도 필요한 모든
정보를 제공받을수 있다.

그러나 무엇보다도 뛰어난 장점은 편리하다는 점이다.

자동화기기도 그렇고 고객순번기도 그렇다.

1,000만명이 넘는 고객들이 굳이 국민은행을 찾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그리고 그 바탕은 "한발 앞선 금융자동화구축"임은 물론이다.

이렇게 보면 국민은행은 전산투자분야에서 국내은행이 나아갈 바를
분명히 알려주는 지표역할을 하고 있음에 틀림없다.

< 하영춘기자 >

(한국경제신문 1995년 9월 20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