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G정보통신 구미공장 생산담당 김이사는 최근 결재업무 하나가 줄었다.

얼마전까지만 해도 직접 챙겨야 했던 생산주문요청서에 도장을 찍지
않게 된 것. 대신 사후 보고만 받을 뿐이다.

수많은 중간결재 때문에 제품생산의 리드타임(소요시간)이 길어지는 걸
방지하기 위한 공장측 방침에 따라서다.

과거의 결재방식은 이랬다.

생산관리부서의 실무자가 올린 생산주문요청서를 과장이 먼저 본뒤 부장
이사에게 올라간다.

결재가 끝난 서류는 다시 구매부장과 과장을 거쳐 현장의 담당자에게
내려간다.

그 다음엔 협력업체로 보낼 협력주문서를 작성한다.

다시 한번 이사에게까지 결재를 거쳐야 함은 물론이다.

이런 과정을 통해 최종 주문서가 발송되기까지는 29일이 걸렸다.

그러나 지금은 다르다.

최초의 주문요청서가 작성되면 곧바로 이 공장과 협력업체를 연결하는
수급 VAN(부가가치통신망)에 띄워진다.

협력업체는 컴퓨터에 나타나는 주문서를 본다.

이의가 있으면 PC(개인용컴퓨터)를 통해 의견을 전달한다.

이렇게 해서 생산관리파트에서 구매부를 거쳐 협력업체로 주문서가
전달되는 시간은 12일.과거에 비해 절반이상이나 단축됐다.

"리드타임을 단축시키기 위해서는 믿고 맡기는 권한이양이 필수적이다.

사후보고는 있지만 실무차원의 일은 각 담당자선에서 대부분 이루어진다"
(김연태 교환생산 부책임) 이 공장이 "결재단계 축소"를 통해 노리는 것은
"품절최소화"다.

이 공장은 교환기등 정보통신관련기기를 주문 생산한다.

주문사마다 요구하는 제품의 기능이 다르다.

다품종 소량생산체제인만큼 1천종이 넘는 부품을 효율적으로 관리하는
것은 이 공장이 안고 있는 큰 숙제다.

주문을 받는 즉시 생산에 들어가야 하지만 부품이 모자라는 경우가 종종
발생하기 때문이다.

"리드타임의 단축으로 신속한 부품 수급체제를 구축해 전체 공정을
막힘없이 물흐르듯 만들자는게 품절최소화의 목표다"(이경 총괄이사)
이 공장이 품절을 줄이기 위해 취한 또다른 조치는 정보흐름의 스피드화.
주문생산인만큼 시장수요에 대한 정확한 정보를 바탕으로 부품수급계획을
세우는 것이 중요하기 때문이다.

정보흐름의 스피드화를 위해 이 공장이 내세운 것은 MRP( Manufacturing
Resource Planning )시스템.각 부서를 연결하는 종합정보통신망이다.

부서간 정보공유로 의사결정시간을 단축하겠다는 것이다.

결재기간 단축이나 MRP가 품절최소화의 "인프라"라면 지난해부터 실시하고
있는 계획발주는 실질적인 시행방침이라고 할 수 있다.

계획발주란 <>6개월이상 소요될 부품(C급) <>1개월이상 소요될 부품(B급)
<>그때 그때 필요에 따라 소요될 부품(A급) 등으로 나눠 부품을 발주하고
관리하는 것.

A급 부품은 물량으론 전체의 10~20%에 불과하지만 금액상으론 발주총액의
80~90%를 차지하는 특수제품이다.

이를 특별관리부품으로 지정해 필요할 때 즉시 사용할수 있도록
부품수급을 체계화했다.

이 공장은 "품절최소화"운동을 도입한 뒤 작년까지만 해도 연평균
17%선이었던 품절률을 8월 현재 5%로 낮췄다.

부품의 구매 수검 등에 필요한 인원 14명을 감축하는 부수효과도 거뒀다.

어떤 제품이든 주문을 받는 즉시 생산에 착수할 수 있는 "고도생산
시스템"이 품절최소화 운동을 통해 구축되고 있는 것이다.

< 구미=김재창기자 >

(한국경제신문 1995년 9월 21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