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무역기구(WTO)의 분쟁처리절차상 최종심의로서의 기능을 갖고 있는
상설상소기구(SAB)의 구성원 선임을 둘러싸고 회원국간 힘겨루기가 본격화
되고 있다.

대법원 판사에 해당하는 SAB구성원은 모두 7명인데 미국과 유럽연합(EU)이
각각 2명씩 자국대표들로 채워야 한다는 뜻을 굽히지 않고 있으며 일본
역시 1명을 요구하고 있다.

아프리카지역 국가들은 적어도 1명은 아프리카지역국가 출신으로 채워줄
것을 요청하고 있으며 기타 개도국들도 자국출신이 반드시 끼어야 한다고
주장, 인선과정에 잡음이 끊이지 않고 있다.

이에따라 레나토 루지에로 WTO사무총장과 분쟁해결기구(DSB)의장 등으로
구성된 인선위원회는 32명의 후보자중에서 누구를 뽑아야 할지 방향조차
잡지 못한채 손을 놓고 있는 형편이다.

WTO회원국들이 이처럼 자국출신인사로 SAB구성원을 채우려하고 있는 것은
SAB가 패널(분쟁해결소위원회)판정에 대한 상소를 담당, 실질적인 강제력을
갖는 최종판결을 내리는 기구이기 때문이다.

즉 자국출신인사를 SAB에 포진시킴으로써 최종판결에서 자국이익을 챙기고
기타 분쟁해결과정에서도 영향력을 행사하겠다는 의도가 담겨 있는 것이다.

미국과 베네수엘라간 석유수입분쟁을 다루고 있는 WTO의 첫번째 패널판정이
올해말까지 이루어질 것으로 보면 SAB구성원 선임시간도 앞으로 3개월여밖에
남지 않았지만 회원국들간 첨예한 이해대립으로 그 과정은 순탄치 않을
것으로 전망된다.

< 김재익 기자 >

(한국경제신문 1995년 9월 21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