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반적으로 정부가 국민의 경제활동에 규제를 가하는 것은 공익을
증진시키기 위한 것으로 이해되고 있다.

따라서 정부규제가 잘못되는 경우 대개 이를 규제집행자의 실수 또는
좋은 의도가 잘못 실행된 예외적인 현상으로 이해하려는 경향이 있다.

그러나 규제현상에 대한 연구결과는 정부규제의 실패 현상이 예외적인
것이라기 보다는 보다 구조적이고 보편적인 것임을 보여준다.

공익증진을 위해 정부규제가 필요하다는 주장(공익설)은 정부규제현상을
설명하는 이론이라기 보다는 일종의 당위론이라고 할수 있다.

이 공익설은 몇가지 논리적 약점을 가지고있다.

첫째 공익의 개념이 현실에서는 그렇게 분명하지 않다는 점이다.

우리나라에서도 그동안 의약분쟁 약탁주공급구역제한 업종통폐합
사업면허개방등 규제제도를 둘러싼 논의가 전개되는 과정에서 정부규제가
반드시 국민 모두의 "공익"을 증진시키기 위해 존재한다고 보기 어려운
경우가 많다.

오히려 동일한 규제사안에 대해 서로 상반된 입장에 있는 양측이 서로
공익을 명분으로 자기 입장을 주장하는 경우가 허다한 것을 볼때, 모두가
공감하는 공익개념을 정의하기는 매우 어렵다는 것을 알수 있다.

둘째 공익설은 정부가 전지전능한 완벽한 존재라는 것을 전제로 하고
있다는 점이다.

그러나 정부도 그 정보능력과 의사결정과정,정책의 집행과정에서 많은
불완전성과 실패가능성을 가지고 있는 것이다.

길게 설명할 것도 없이 정부가 모든 경제활동을 통제했던 사회주의
경제체제가 결국 붕괴됐다는 사실만으로도 정부가 경제에 관한 한
전지전능한 존재가 아니라는 것을 쉽게 확인할 수 있다.

이런 논리적 한계 때문에 정부규제가 공익에서 비롯됐다는 주장은
현실의 복잡한 규제현상을 설명하는데 한계가 있다.

그 결과 1970년대 이후 경제학자들 사이에서 정부규제와 가입은 공익을
증진시키기 위해서가 아니라 이익집단간의 이해관계조정을 위해, 또는 그
결과로서 발생하는 것이라는 소위 정부규제 사익연원설(사익설)이 대두되게
됐다.

즉 정부규제의 발생과 변화 소멸은 경제내에 존재하는 다양한 이익집단간
역학관계의 산물로서 피규제자들이 정부규제라는 카르텔을 형성하여
자기들의 이익을 보존코자 한다는 것이다.

다시 말해 피규제자들이 오히려 규제를 원하는 입장에 설 수 있으며
궁극적으로는 정부가 이익집단에 "포획"돼 피규제자의 이익을 적극적으로
옹호하고 증진시킨다는 것이다.

정부규제의 사익설에 의하면 정부규제의 도입 완화과정에서는 더 조직화된
사적이익이, 그리고 집중된 사적이익이 더 유리한 결과를 얻는다는 점이다.

따라서 제도변화의 이득이 국민다수에게 분산되고 그 부담이 일부의
소수에게 집중되는 규제제도는 발생하기 어렵다.

반면 제도변화의 이득이 소수에게 집중되고 그 부담이 다수의 국민에게
분산되는 규제제도는 쉽게 발생한다는 것이다.

정부규제의 사익설은 한걸음 더 나아가 정부규제의 공급자(즉 입법자)들이
자신들의 정치적 기반을 극대화하기 위한 수단으로 정부규제를 사용한다고
보고 있다.

즉 입법권자들이 자신들의 정치적 이득을 위해 능동적으로 정부규제를
도입, 절충 해제시켜 나간다는 것이다.

후기 사익설은 비록 규제제도 변화의 부담이 조직된 소수에게 집중되더라도
규제제도의 변화가 입법권자들의 정치적 이득으로 구체화될 수 있는
경우에는 실현 가능한 것으로 보고 있다.

이 이론은 80년대 선진각국에서 추진된 규제완화 추세를 설명하는 데에
매우 유용하다고 볼수 있다.

우리나라에서도 80년대 중반 이후 정부주도하에 추진된 규제완화작업은
바로 이러한 정치적 배경을 가지고 진행된 것으로 설명할 수 있다.

우리나라의 정부규제 상황도 80년대에 들어와 새로운 규제 도입으로
발생하는 정치적 이득보다 완화를 통해 얻을 수 있는 이득이 더 클수 있는
경우가 발생했던 것이다.

최근 우리나라에서도 민주화와 사회구조 다원화가 진전되면서 정부규제를
사익의 보호장치로 이용코자하는 시도와 입법권자들이 정부규제를 정치적
목적으로 사용코자하는 경향이 이미 나타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그동안 우리나라에서 진행된 규제완화는 대부분 진입장벽완화와 경제적
기회확대보다는 현존하는 기업에 대한 이익처분 민원해결을 중심으로
이뤄졌다.

따라서 규제완화의 실익이 특정산업이나 업종에 집중되게 된 배경을 이
후기사익설을 통해 짐작할 수 있을 것이다.

지금 추진되고 있는 규제완화도 입법권자들에게 정치적 이득이 발생하는
한계 내에서 규제완화의 실익이 특정집단에 가시적으로 발생하는 규제완화가
주를 이룰 것이다.

기존의 기업들에 부담이 되는 적극적인 경쟁촉진이나 기득권 침해를
유발하는 규제완화는 거의 실현되기 어려울 것이라는 것을 예상할 수 있다.

우리가 정부규제 현상과 정부규제의 변화과정을 이해할때 정부규제는
공익을 위해 도입되는 것이라는 관점은 더이상 설득력이 없다.

오히려 규제의 도입 완화 폐지등 일련의 과정은 정치인을 포함한
이익집단간의 역학관계에 의해 결정된다고 보는 것이 현실에 대한 보다
정확한 관찰이 될 것이다.

따라서 이러한 사익설의 관점에서 규제완화 정책이 원래의 취지대로
국민의 경제적 기회를 확대하고 국가경쟁력을 향상시키는 방향으로 전개되기
위해서는 규제정책의 수립과 집행과정에서 기존의 경제적 이해관계와 무관한
중립적인 시민단체들이 정책결정과정에 적극 참여, "공익"을 대변하는
정치적 압력단체화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할수 있다.

(한국경제신문 1995년 9월 22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