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욕과 런던시장에서 21일 달러가치가 달러당 1백2엔대에서 97엔대로
폭락하자 국제금융가는 일순 10년전 플라자합의의 혼령을 떠올렸다.

지난 85년 9월22일 엔과 마르크화등 주요통화들에 대한 달러가치를 끌어
내리기위해 이뤄진 플라자합의의 혼령이 10주년을 하루앞둔 이날 외환시장에
출몰, 그 옛날의 기세처럼 달러가치를 끌어내린게 아닌가 하는 의문이
시장에 구름처럼 일었다.

플라자합의.경제와 관련이 있고 국제환율변동을 염두에 둔 사람들이라면
누구나 한두번쯤 들어보았을 이 말은 현대 국제경제사의 대사건중 하나다.

꼭 10년전 뉴욕 플라자호텔에서 당시 서방선진5개국(G5:미.일.독.영.불)
재무장관과 중앙은행총재들은 고달러상황을 시정키로 합의했다.

미국이 이 합의의 주도세력이었다.

당시 연간 1천2백억달러에 이른 미무역적자를 줄이려는 목적에서였다.

합의이행방법으로는 5개국이 외환시장에서 달러화를 팔고 엔이나 마르크화
등 다른 통화를 사는 공동시장개입이 선택됐다.

강산도 변한다는 10년이 흐른 지금 플라자합의는 달러가치를 끌어내린다는
측면에서는 성공작이었다.

그러나 본연의 목적인 미무역적자감축에서는 실패작이다.

합의당시 달러가치는 엔과 마르크에 대해 각각 달러당 2백40엔과
2.8마르크대였다.

지금은 1백엔및 1.4마르크선으로 지난 10년간 달러가치는 절반이하로
내려가 있다.

하지만 미무역적자는 올해 1천5백억달러를 넘어설 전망이다.

달러가치를 끌어내리면 막대한 무역적자가 해소될 것이라는 미국의 예측은
완전히 빗나간 것이다.

플라자합의의 의의는 크게 두가지로 요약된다.

선진국들이 외환시장에서 국제환율을 인위적으로 조정한 최초의 공동정책
이었다는 점이 첫번째 의미다.

둘째는 그전까지는 G5회담의 개최장소나 내용이 비밀에 부쳐졌으나 플라자
합의를 계기로 G5및 G7회담의 개최장소나 시기, 합의내용이 세상에 공개되기
시작했다는 점이다.

(한국경제신문 1995년 9월 23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