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의 정유회사는 5사.서로 얽히고 설켜 연일 셰어공방을 펼치지만
한발 물러서서 시야를 넓게 가지면 상전의 양상은 의외로 단순하다.

선발회사인 유공(37.6%,통상산업부의 6월말현재 집계)과 호남정유(30.9%)는
셰어를 지키는 쪽이다.

수성에 주력할 뿐 싸움을 먼저 걸 이유가 없다.

이에대해 후발회사인 쌍용정유(13.8%)와 현대정유(7.2%)는 남의 땅을
뺏기위해 먼저 공격해야한다.

특히 쌍용의 경우 지난93년의 공장화재를 빌미로 12만배럴규모의 설비
증설을 추진해 업계의 빈축을 사왔다.

화재가 난 기존설비가 완전 복구됐는데도 새 설비가동을 밀어붙여
국내수급왜곡으로 유통질서만 흐리게 만들수 있다는 비난을 받고있다.

현대정유도 작년에 전격적으로 유공의 미륭상사를 건드려 정유업계의
이미지를 탁하게 만들어 업계의 미운 오리가 됐다.

나머지 하나 한화에너지(10.5%)는 "중립국"이다.

남의땅을 공격할 화력(자금력)이 부족하고 따라서 "뺏겼다는"의지도
약하기 때문이다.

정유회사의 셰어 확대 전략은 곧 주유소 확보전이다.

판매상품의 특성상 계열 주유소 숫자가 셰어 그 자체이기 때문에
주유소만 많이 확보하면 된다.

그래서 주유소에 공급하는 기름값을 경쟁사보다 싸게 해주는 "원초적인
가격경쟁"이 정유업계 셰어 확보 전략의 전부라도해도 과언이 아니다.

보통 기름대금 어음의 결제기한을 다른 정유사보다 한달정도 길게 해주는
조건(사실상 가격인하)으로 주유소를 끌어온다.

물론 주유소를 뺏긴 쪽에서도 가만히 있지 않는다.

더 유리한 조건을 제시하며 경쟁사의 주유소 2개를 포섭한다.

최근의 호유와 쌍용간 쟁탈전에서는 이런 방식으로 오고간 주유소 숫자가
40개에 이르렀다.

그러나 치열한 주유소쟁탈전의 결과는 항상 "상처뿐인 영광"이었다.

전면적인 주유소 확보전으로 정유업계의 유통비용은 4조원을 기록하고
있으나 셰어는 좀처럼 바뀌지 않았다는 말이다.

결과적으로 대기업의 셰어공방으로 주유소 주인들만 어부지리를 얻는 꼴이
됐지만 대기업그룹의 자존심이 걸린 정유업계의 셰어공방은 끝이 보이지
않고 있다.

(한국경제신문 1995년 9월 23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