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일에 싸인 기업'' ''얼굴없는 알짜기업''

업계에서 귀뚜라미보일러를 부르는 말이다.

귀뚜라미보일러만큼 기업의 실체가 잘알려있지않은 기업도 드물다.

워낙 조용히 기업을 운영해와 역사가 30년이상된 국내최대 보일러업체지만
외형이나 회장에 대해 알려진것이 거의 없다.

심지어 귀뚜라미보일러의 계열사로 있는 로켓트보일러를 경쟁업체로 알고
있는 사람들도 많다.

귀뚜라미보일러는 올해로 창업 33주년을 맞았다.

가정용보일러에서 시장점유율 60%를 넘고있으며 매출도 올해 5천억원을
목표로 하고 있는 중견기업이다.

이 회사가 규모나 역사에 비해 일반인들에게 덜알려진것은 최진민회장의
경영스타일에 기인한것.

올해 나이 55로 경북 청도가 고향인 최회장은 대구공고를 나온 엔지니어.

그는 창업이후 보일러의 품질개발에 전념해온 기술자로 외형보다는
내실있는 경영을 제일원칙으로 삼아 회사를 이끌어 왔다.

그동안 언론과의 인터뷰를 거의 안할정도로 나서기를 싫어하는 성격이다.

최회장이 갖고 다니는 명함에는 귀뚜라미보일러가 기금을 출연한
청민문화재단의 이사장 직함으로 기재돼있다.

그동안 겉모습을 드러내지 않았던 귀뚜라미보일러가 올들어 점차 실체를
내보이고 있다.

경제전쟁시대에서 내실을 갖추는 것도 중요하지만 실체에 걸맞는
기업이미지 재고도 필요하다는 판단에서다.

그동안 청민문화재단을 통해 사회활동을 해온만큼 기업알리기에도 적극
나서야한다는 주장이다.

특히 젊은 사원들 사이에서는 외형에 맞는 회사PR를 해야한다는 목소리도
높아 가고 있다.

최근에는 사원들사이에 귀뚜라미그룹이라는 소리가 자연스럽게 나오고
있다.

지난 85년 설립된 청민문화재단은 1만명이상의 학생을 지원해왔다.

또 청민기술상을 제정, 지난해말 공진청직원을 시상한데 이어 올해엔
농진청, 내년엔 통산부공우원 지원을 계획하고 있다.

최회장은 지난 7월 민간중심으로 한국의 과학기술을 위해 발족된 한국
공학원추진위원회에 중소기업계 대표로 위촉되는 등 사회활동을 활발히
하고 있다.

귀뚜라미보일러는 중견그룹으로 불러도 손색이 없는 규모를 갖추고 있다.

올매출 5천억원달성이 무난할것으로 전망하고 있으며 후발 경쟁업체들의
추격에도 불구, 시장점유율은 더욱 높아져 금년중 70%에 육박할것으로
회사측은 내다보고 있다.

보일러생산량도 세계최대다.

귀뚜라미보일러는 모기업인 로켓트보일러를 비롯 12개 계열사로 구성돼
있다.

귀뚜라미보일러판매 귀뚜라미가스보일러 귀뚜라미보일러서비스 로켓트
기계공업 귀뚜라미전자공업 청도정밀공업 귀뚜라미보일러 해외투자본부
청민문화재단 청민기술연구소 귀뚜라미기술연구소등이다.

계열사 모두 보일러생산 및 판매에 관련된 회사들로 그야말로 보일러전문
그룹이다.

특이한것은 사업외에 방송에대한 투자를 많이하고 있다는 점이다.

귀뚜라미보일러가 민영방송인 SBS의 2대주주라는 것을 아는 사람은
많지않다.

올봄 출범한 대구지역 민영방송에도 대주주로 참가하고 있다.

"중견기업체들이 사세확장과 안정기반 구축을 위해 사업다각화에
나서고 있지만 우리회사는 오로지 세계최고의 보일러업체만을
추구할것입니다" 최회장은 한눈팔지않고 품질로 세계 제일의 보일러
전문업체가 되는 것이 목표라고 밝혔다.

회장자신이 ''난방에관한 모든것'' ''애프터서비스에 관한 모든것''이라는
책을 내 보일러에 관한한 국내최고 전문가임을 자부하고 있다.

이 회사는 올들어 순동으로 만든 최고급 순동보일러를 개발한데 이어
농어촌시장등을 겨냥한 기능성 보일러도 잇따라 개발, 보일러시장을
개척하고 있다.

<최인환기자>

(한국경제신문 1995년 9월 23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