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금융업계 판도가 하루가 다르게 바뀌고 있다.

지난달 미국에서는 케미컬은행과 체이스맨해튼은행이 합병키로 합의,
미국최대은행으로 부상했다.

일본에서는 올들어 ''은행은 망하지 않는다''는 신화가 깨졌으며 아시아
개도국들은 외자를 끌어들이기 위해 서둘러 금융규제를 풀고 있다.

금융시장 개방을 겨냥한 우루과이라운드(UR) 금융서비스협상은 지난 7월말
미국이 빠진채 부분적으로만 타결됐다.

그러나 금융국경이 무너지는 소리는 갈수록 요란해지고 있다.

국제금융업계의 빠른 변화양상을 점검한다.

< 편집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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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융서비스업은 미국의 대표적인 비교우위산업이다.

오랜 역사를 자랑하는 유럽 업체,덩치가 커다란 일본 업체등 어느 누구도
금융서비스에 관한한 미국 업체를 당할 재간이 없다.

각국이 금융시장을 완전히 개방한다면 미국은 틀림없이 이 부문에서만
연간 수백억달러의 무역흑자를 기록할 수 있게 된다.

미금융업의 강한 경쟁력은 비교적 자유로운 경쟁풍토에 기인한다.

물론 아직도 은행.증권 겸업이 금지되는 등 규제가 남아있고 지난해까지는
금융업체들의 영업지역이 주 단위로 제한됐었다.

그러나 최근 많이 달라지고 있다.

벽을 허무는 작업이 본격화된 것이다.

의회에는 현재 금융산업 규제를 완화하는 각종 법안이 상정돼 있다.

대표적인 것이 은행.증권 겸업을 허용하는 금융제도개혁법안(금융서비스
경쟁촉진법안)과 은행의 보험상품 취급을 허용하는 은행규제완화법안이다.

저축기관을 은행으로 전환시키기 위한 예금보험기구 통합법안도 올라 있다.

미금융관련법의 "골동품"으로 흔히 글라스스티걸법이 꼽힌다.

이 법은 지난 1933년 은행의 지나친 증권투자가 대공황을 촉발했다는
반성을 토대로 만들어진 것으로 은행.증권 겸업을 금지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금융제도개혁법안은 바로 이 낡은 법을 고치기 위한 것이다.

제임스 리치 하원은행위원장이 제출한 법안은 은행위원회와 상업위원회를
거쳐 현재 하원 본회의에 상정돼 있다.

은행업계와 증권업계는 다같이 이를 지지한다.

계열회사를 통해 은행.증권을 사실상 겸업하고 있는 터이므로 아예 장벽을
제거하는 편이 효율적이라고 보기 때문이다.

은행이 보험업도 겸할 수 있게 하자는 은행규제완화법안은 논란을 빚고
있다.

이 법안에 대해서는 2개의 수정안이 나왔다.

하나는 은행이 보험회사를 합병할 수 있도록 허용하는 것이고 다른 하나는
은행의 보험업 진출 승인당국인 통화감독청(OCC)의 권한을 축소하는데
그치자는 것이다.

전자는 보험중개업체들이 반대하고 후자에 대해서는 은행들이 불만을 제기
하고 있다.

미의회는 소매금융업을 영위하는 저축기관들을 은행으로 전환시키기 위한
작업도 벌이고 있다.

상원과 하원은 최근 은행위원회에서 저축기관 예금보험기구를 은행 예금
보험기구에 통합시키는 법안을 통과시켰다.

저축기관은 은행과는 달리 일부 보험상품이나 부동산관련상품을 취급한다.

바로 이 이점을 노려 은행들은 저축기관과 은행간의 장벽이 무너지길
바라고 있다.

하원 상업위원회 통신금융소위원회 휠스 위원장이 7월말 발의한 "자본시장
규제완화.자유화법안"은 기업의 기채비용을 줄여주기 위해 정보통신수단을
이용한 정보공개를 허용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신규로 주식을 공개할 경우 신주발행시점까지의 계획서를 투자자들에게
배포토록 한 조항을 완화, 컴퓨터통신으로도 정보를 제공할수 있도록 허용
한다는 것이다.

미의회는 규제완화에 관해 보험업계 등이 거세게 반발함에 따라 타협안을
만드느라 진땀을 흘리고 있다.

의회 일정도 빠듯해 당초 예상대로 연내에 하원 결의를 마치기는 어렵게
됐다.

그러나 늦어도 내년중에는 금융업 규제를 완화하는 작업이 대부분 마무리될
것이라는 전망이 우세하다.

미의회가 금융산업의 벽을 허무는데 열을 올리고 있는 것은 금융국경을
무너뜨리기 이전에 국내의 장벽을 제거함으로써 경쟁을 촉진하고 국제
경쟁력을 한층 강화하기 위해서이다.

금융국경은 UR 금융서비스협정에 따라 97년말까지는 점진적으로 제거된다.

그러나 미국이 쌍무협상과 다자협상을 병행하면서 개도국에 대한 개방압력
을 강화할 경우 2000년 전후에 급속히 무너질 가능성이 크다.

미국은 지금 이때를 대비하고 있는 셈이다.

< 김광현기자 >

(한국경제신문 1995년 9월 26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