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겸업은행제 ]]]

조성제 < 한은 금융제도과 조사역 >

은행제도는 취급업무의 범위에 따라 정통적인 상업은행업무만을 영위하는
전업은행제도와 증권업 보험업등을 함께 취급하는 겸업은행제도로 구분될수
있다.

세계 각국에서는 그동안 자국 특유의 정치 경제적 여건이나 금융거래관행
에 따라 상이한 모습의 은행제도를 구축해 왔다.

예를 들어 영국에서는 은행들이 오래전부터 단기금융업무에 전문화했으며
미국은 1930년대 대공황기의 은행연쇄도산을 계기로, 일본은 제2차 세계
대전직후 미국의 영향을 받아 은행의 증권업 겸업을 엄격히 금지해 왔다.

이에비해 상업자본이 제대로 형성되지 못한 단계에서 산업화를 추진하기
시작했던 독일은 장단기자금을 효율적으로 동원.공급하기 위해 일찍부터
겸업은행제도를 채택해 왔다.

그러나 80년대후반 이후 영국 미국 일본등 종래 전업은행제도를 채택해온
국가들이 금융기관의 업무영역제한을 대폭 완화하거나 철폐하는 방향으로
금융제도개혁을 추진함으로써 은행의 증권및 보험업 겸업은 세계적인
추세로 확산되고 있다.

그 결과 오늘날 순수 전업은행제도를 유지하고 있는 나라는 찾아보기
어려우며 대다수 국가들이 겸업은행제도를 채택하고 있다.

은행의 타업무 겸업방식은 나라마다 형태를 달리하고 있다.

이를 대체로 독일형 영국형및 미국형으로 나눠볼수 있다.

독일및 대다수 유럽국가들에서는 은행이 예대업무와 증권업무는 직접
겸업하되 보험업에는 자회사를 통해 진출하고 있다.

영국 일본 캐나다 호주등에서는 은행의 증권업 또는 보험업 진출이
자회사를 통해서만 이뤄지고 있다.

한편 우리나라의 경우는 은행들이 일부 증권업무를 직접 겸업하고 있고
증권 자회사를 보유하고 있다.

그러나 은행법에서 은행이 은행업 이외의 업무를 직접 또는 자회사방식
으로 겸업하는 것을 제한하고 있음에 비추어 아직도 전업은행제도의 기본
골격을 유지하고 있다고 봐야 할것이다.

은행의 겸업화현상이 확산된 것은 금융의 개방화 범세계화가 급속히
진전되고 있는 상황에서 전업은행제도로는 자국 은행들이 국가간의
무한경쟁에서 생존.발전해 나가기 어려울 것이라는 인식에 기인한 것이라
할수 있다.

우리나라도 세계 금융업의 조류에 부응하고 국내 금융산업의 대외경쟁력을
강화해 나가기 위해서는 기존 금융제도의 연속성을 유지하면서도 겸업화의
이점을 최대한 살려나갈수 있는 겸업방식으로 은행의 이종업무 겸업을
확대해 나갈 필요가 있을 것이다.

다만 은행의 겸업화로 야기될수 있는 경제적 부작용을 우려하는 시각도
적지 않으므로 겸업화 추진과 함께 금융기관 경영의 안정성을 확고히 해야
한다.

또 이익상충이나 금융시장 독과점의 폐해를 방지하기 위한 제도적 장치를
면밀하게 강구하는 것도 간과해서는 안될 것이다.

(한국경제신문 1995년 9월 26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