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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의 대외개방 전망과 경제적 파급효과''를 주제로 한 제5회 북한경제
국제학술회의가 25일 호텔롯데 사파이어볼룸에서 개최됐다.

한국경제신문사 북한경제연구소와 한국개발연구원(KDI) 북한경제연구센터
가 공동주최한 이날 학술회의는 오전 회의에서는 ''전화기에 선 북한경제''
''북한 대외개방정책의 현황과 전망'' ''사회주의권의 개혁.개방유형과
북한의 선택''등을 논의했다.

또 오후 회의에서는 "북한경제의 개방성과 전망" "북한의 개방정책과
동북아의 경제협력" "북한의 대외교역체계의 변화와 남북교역제도"등에
대한 주제발표가 각각 있었다.

참석자들의 열띤 분위기속에 종합토론으로 종료된 이날 회의의 주제발표
내용을 요약 소개한다.

<정리=박기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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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전환기에 선 북한경제 ]]

전홍택

1960년의 남북한 1인당GNP는 각각 1940년 수준과 비슷하다.

이는 남북한 경제가 해방및 분단에 따른 충격과 6.25전쟁등으로 인해
20년정도를 후퇴했다는 것을 의미한다.

또 해방전 남북한 1인당GNP의 격차(북한이 남한의 1.6배)가 6.25전쟁
등으로 감소했으나 전후복구가 끝난 50년대말에는 그격차가 다시 해방전
수준으로 벌어졌다는 것을 말해준다.

지난 60년부터 90년까지 북한경제의 장기성장추세를 보면 처음 15년간은
상당히 강한 성장세를 보였으나 70년대중반을 고비로 성장률이 급격히
둔화됐다.

이는 구소련이나 동구의 성장추세 변화와 일치한다.

북한의 장기성장추세가 구소련및 동구와 같은 것은 중앙집권적
계획경제체제가 갖는 공통적 특성에 기인하는 것으로 볼수 있다.

중앙계획경제는 자원을 효율적으로 배분하도록 유인하는 동기유발제도가
취약한데다 정보처리과정이 비효율적이기 때문에 창의와 기술혁신, 과학의
진보가 있어야 가능한 질적성장이 불가능하다.

물론 중앙계획경제는 전국적인 계획기구와 국가의 강제력을 바탕으로
자원을 집중적으로 동원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기 때문에 요소투입을
확대해 양적성장을 추구하는 데는 적합하다고 할 수 있다.

경제규모가 작고 단순한 경제개발초기에는 질적성장이 이뤄지지
않더라도 양적성장만으로 빠르게 성장할 수 있다.

그러나 양적성장이 점차 한계에 달하게 되면 질적성장이 없는한 경제는
급격히 둔화.침체된다.

북한의 경우 이같은 중앙계획경제의 비효율성에 더해 70년께부터
군비강화를 추진함에 따라 군비부담이 크게 늘어난 것도 경제침체를
가져온 한 요인이었다.

결국 북한경제는 질적성장을 제약하는 중앙계획경제의 비효율성과
과중한 군비부담때문에 이미 70년대 중반부터 구조적으로 침체기에
접어들었다.

현재의 경제위기는 이같은 구조적 침체가 구소련붕괴등 대외경제여건의
악화를 계기로 표출된 것으로 해석할 수 있다.

중국과 동구의 개혁.개방과정이 서로 다른 모습을 보인 것은 각기
다른 역사적 발전경험,정치.경제.사회적 특성등이 복합적으로 작용한데
기인한다.

경제구조와 운영방식,그리고 거시경제여건등 모든면에서 북한경제는
80년대말 동구경제가 처했던 상황에 근접해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국가간 경제구조를 비교분석해 보면 농촌부문의 개혁이 경제의 견인차
기능을 수행한 중국식 개혁은 북한에서 성공하기 어렵다는 점을 시사한다.

북한의 경제구조는 구소련이나 동구와 마찬가지로 중공업부문을 중심으로
형성돼 있기 때문에 경제개혁의 핵심도 시장기구 도입과 함께 경공업으로의
산업구조 개편에 있다고 할 것이다.

북한은 대내적으로는 페레스트로이카 이전까지 구소련과 동구가 계속
시도했던 부분개혁을 추진할 것으로 보인다.

대외적으로는 통제와 개방을 병행하는 북한식 개방정책을 시도할 것이다.

왜냐하면 북한의 경제상황은 전면적인 경제개혁을 필요로 하는 개혁전의
동구와 비슷하지만 정치상황은 개혁과 개방이 시작될 당시의 중국보다
훨씬 더 크게 경제정책을 제약하고 있기 때문이다.

물론 북한에서도 정치적으로 공산체제를 유지하는 가운데 시장기구
도입을 시도하는 중국식 변혁이 추진될 가능성은 존재한다.

다만 이러한 변화는 개혁세력이 등장해 정치체제는 그대로 두더라도
경제체제는 김일성시대로부터 과감히 결별시킨다는 것을 전제로 한다.

그리고 경제개혁이 성공하기 위해서는 개혁프로그램은 북한경제의
구조적 특성에 맞춰 작성돼야 할 것이다.

(한국경제신문 1995년 9월 26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