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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의 대외개방 전망과 경제적 파급효과''를 주제로 한 제5회 북한경제
국제학술회의가 25일 호텔롯데 사파이어볼룸에서 개최됐다.

한국경제신문사 북한경제연구소와 한국개발연구원(KDI) 북한경제연구센터
가 공동주최한 이날 학술회의는 오전 회의에서는 ''전화기에 선 북한경제''
''북한 대외개방정책의 현황과 전망'' ''사회주의권의 개혁.개방유형과
북한의 선택''등을 논의했다.

또 오후 회의에서는 "북한경제의 개방성과 전망" "북한의 개방정책과
동북아의 경제협력" "북한의 대외교역체계의 변화와 남북교역제도"등에
대한 주제발표가 각각 있었다.

참석자들의 열띤 분위기속에 종합토론으로 종료된 이날 회의의 주제발표
내용을 요약 소개한다.

<정리=박기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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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일동 < KDI 연구위원 >

북한의 대외무역체계는 80년대 초반만해도 중국이나 구소련이 개혁.개방을
추진하기 이전에 취했던 형태와 유사한 국가독점적인 특성을 가지고
있었다.

중국과 구소련은 거대한 국내시장을 배경으로 자급자족이 가능했으나
북한은 경제규모가 작고 대외교역제도마저 낙후돼 있어 70년대에
들어서면서부터 커다란 부담을 안게됐다.

국가독점적 교역체계는 수출유인 결여,대외수지적자 누적, 국내외
가격차이에서 발생하는 재정적자, 무역담당기관의 부정부패와 같은
문제점들을 가지고 있다.

이런 문제들 때문에 동구제국은 이미 60년대 중반에 대외교역부문에
상당한 개혁을 추진했다.

북한도 70년대 초반부터 서방권과 경제관계를 확대하면서 무역제도를
개혁할 필요성을 인식한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북한은 외채상환능력이 결여돼 스스로 대서방권 문호를
차단함으로써 개혁을 추진할 기회를 상실했다.

90년대초 사회주의 국가간의 교역질서가 붕괴됨에 따라 북한의 대외교역에
커다란 충격이 가해졌다.

이는 북한에 있어 대외시장의 상실,수입 가격조건 약화, 달러화
필요증대라는 어려움을 가져왔다.

북한은 어려움을 벗어나기위해 시장다각화, 수출상품 다양화, 무역형태
다변화등을 도모하는 한편 다소 분권적인 요소를 담고 있는 새로운
무역체계를 채택했다.

북한의 무역분권화는 80년대 중반이후 확대된 것으로 분석된다.

이는 크게 두가지 형태로 구분된다.

첫째 특수집단이나 부서가 자의적으로 무역을 추진하는 경우이며 둘째
중앙계획기구의 외화수급사정이 어려워 기업 스스로 수입에 필요한 재원을
마련하는 경우이다.

그러나 무역분권화는 대외교역체계를 문란하게 하고 체제를 약화시키는
요소가 됐다.

북한의 무역체계 변화에는 중국이 개방초기에 취했던 대리제나 분급제와
같은 요소를 도입한 부분도 있다.

그러나 북한의 무역체계가 중국과 같이 시장경제화를 지향할지는 의문이다.

무역부문의 개혁을 추진하기 위해서는 기업자율권 확대, 가격통제완화,
환율제도개혁을 통한 통화의 태환성확보와 같은 과제들이 있지만 이들은
현재 북한체제가 수용하기 곤란한 것들이기 때문이다.

북한경제가 당면한 가장 큰 문제는 각종 부처와 집단이 자의적으로
대외무역권을 행사하는등 무역관리체계가 무질서하다는 점이다.

관리체계를 일원화해 이들을 제도권 안으로 흡수하지 못할 경우 체계적인
개방은 어려울 것으로 전망된다.

한편 남북경제교류는 정치적 불안, 북한경제침체등으로 인해 정상적으로
발전해오지 못했다.

남북경제관계를 확대하기 위해 우선적으로 추진해야 할 것은 현행
간접교역방식을 직교역으로 전환하는 것이다.

그러나 직교역이 이뤄지더라도 북한의 경제침체와 외환부족등으로
교역확대에는 한계가 있을 것으로 전망된다.

따라서 남북교역이 활성화되기 위해서는 북한이 외국자본을 유치,
수출산업을 육성해야 할 것이다.

남북교역을 위한 제도로서 청산계정이 고려돼 왔다.

이를 실시할 경우 불가피한 대외적 통상마찰과 행정및 관리비용등을
고려할 때 전면적인 실시보다는 부분적 실시가 적절할 것으로 전망된다.

(한국경제신문 1995년 9월 26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