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대녕저 세계사간 6천원)

창작집 "은어낚시통신"과 장편 "옛날 영화를 보러갔다"로 90년대 소설의
새로운 지평을 연 작가의 두번째 소설집.

신화적 상상력과 섬세한 문체로 존재의 의미를 탐색하는 중.단편 8편이
실려있다.

그동안 보여준 "시원으로의 회귀"의식이 다소 현실도피적인 색채를 띤
것인데 반해 이번 작품들은 현실복귀나 현실적응의 성격을 보여주고 있어
주목된다.

"배암에 물린 자국"은 우연히 독사에 물려 사경을 헤매다 살아난
주인공이 "그놈"을 죽이고야 말겠다는 일념으로 쫓아다니다가 독사 대신
꽃뱀 한마리를 잡은뒤 결국엔 놓아주고 만다는 얘기를 담고있다.

뱀을 찾아 나서는 동안 뱀은 어느새 마음속에 자리잡은 독소가 되고
또다른 삶을 되돌아보게 하는 계기로 작용한다.

증오와 살의로 가득찬 나와 내안의 또다른 나, 땅속으로 들어간 뱀의
껍질과 현실의 허상을 대비시키며 미움의 대상과 화해하는 과정이 탄탄하게
그려져 있다.

(한국경제신문 1995년 9월 27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