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견평론가 3인의 비평집이 한꺼번에 나와 눈길을 끌고 있다.

권영민씨(서울대교수)의 "한국의 문학비평"(전2권), 최동호씨(고려대교수)
의 "삶의 깊이와 시적 상상력"(이상 민음사간), 황광수씨의 "삶과 역사적
진실"(창작과비평사간)이 그것.

이들 평론집은 한국현대문학의 궤적을 총체적으로 점검하고 문학적
상상력과 역사에 대해 깊이있는 통찰을 꾀함으로써 가벼운 글쓰기로
느슨해진 문단에 새로운 자극을 주고있다.

권영민씨의 "한국의 문학비평"은 45년 광복부터 80년대까지의 문학적
성과를 종합정리한 비평집.저자의 주제평론 "분단극복과 비평논리의 주체화
를 위해"와 함께 45년 발표된 한효의 "예술운동의 전망"에서 84년 이동하의
"한국 대중소설의 수준"까지 총82편의 평론을 모았다.

저자는 "그동안 우리문학은 비평의 논리보다 상황성의 논리에 의해
좌우돼왔다"고 지적하고 "분단시대의 문학비평은 시대적 모순속에서 생산된
문학을 민족의 정신사적 단위개념으로 해석할 논리와 시각을 확보하는데서
출발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또 "문학이란 사회역사적인 규범과 질서아래 생산되는만큼 가치판단
의 기준은 심미적인 요건이 아니라 경험주의에 기초한 합리성이어야하며
문학적 관심의 폭을 넓히고 고착된 방법론으로부터 벗어나 비평의 주체성을
확립하는 것이 시급하다"고 말했다.

최동호씨의 5번째 평론집 "삶의 깊이와 시적 상상"은 90년대문학의 현재와
미래를 집중적으로 다루고 있다.

저자는 "중심이 해체되고 중앙과 변방의 경계가 모호한 90년대의 혼돈
상황에서 인간적 삶의 지향점으로 "정신주의"가 절실히 요구된다"며 "80년대
우리 시의 약점은 순수주의와 민중주의 달관주의 파괴주의에서 비롯된 것"
이라고 밝혔다.

이를 극복하기 위해서는 정신주의에 입각한 우리 시의"창조적 지평넓히기"
가 이뤄져야 한다는 지적이다.

그는 김지하의 생명사상과 김종길 황동규 황지우 김영석 김승희 이성선
등의 작품을 통해 이러한 방향성을 구체적으로 탐색했다.

황광수씨의 "삶과 역사적 진실"에는 80년대 문학운동과정에서 있었던
민족.민중문학 논쟁과 통일문학논쟁에 대한 재검토및 미래의 한국문학을
내다보는 반성적 전망이 담겨있다.

82년 "장길산론"을 발표하면서 본격적인 비평활동을 시작한 저자는 "객주"
"태백산맥"등 대하역사소설을 집중분석함으로써 그동안 우리문학이 역사로
부터 길어올린 삶의 깊이와 진실을 되짚었다.

그는 이념부재의 시대에 한국문학이 나아갈 길을 모색하는 방법으로
박경리 박완서 김원일 김영현 김향숙 윤대녕등의 작품에 주목, 진정한
문학적 상상력이란 존재의 총체성을 회복하고 사회의 밑바탕에 흐르는
다양성과 역사성에 생기를 불어넣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 고두현기자 >

(한국경제신문 1995년 9월 27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