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자칼럼] 세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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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왕조의 태평성대로 불리는 성종때(1485)의 일이다.
함경도에 "신천지"가 있다는 풍문이 전국에 돌았다.
그곳은 토지가 비옥해 "벼이삭 하나의 크기가 허리통만 하고, 가지의
줄기를 도끼로 잘라야 한다"는 허황한 루머까지 파다해지자 재산을
처분한뒤 부모와 처자를 동반하고 그곳으로 숨어드는 사람이 속출했다.
이런 소문을 들은 성종은 급히 조사관을 함경도에 파견했고 그들이
천신만고 끝에 찾아낸 신천지는 국가행정력이 미치지않는 북청 갑산일대
였다.
신천지의 주민들은 그곳에 사는 이유를 한결같이 "국가를 배반하기
위해서가 아니라 관청의 부세와 부역이 없기때문"이라고 털어놓았다.
처음에는 이들이 부세와 부역을 거부한 반역자라고 진노해 극형에
처라려 했던 성종은 이들을 그곳에 그대로 살게한뒤 함경감사에게 고을의
관리를 맡겼다.
"신천지사건"은 정사인 "조선왕조실록"에 나타나는 최초의 납세와 부역을
거부하고 이상향을 꿈꾸던 아나키스트들에 관한 기록으로 주목된다.
그무렵에는 또 이런 일도 있었다.
제주도에서 한 가족이 배를 타고 나와 서해안이나 남해안 연해에 머물면서
고기를 잡아 육지에 내다 팔아서 생계를 유지해가는 선상생활인들 때문에
관할지역 수령들이 골머리를 앓았다.
이들이 마치 보트피플처럼 살았던 이유도 세금이나 부역을 피해서였다.
조선왕조는 애당초 민을 기반으로 세워진 국가로서 인정과 애민의 정치적
이상을 실현하려했지만 권력의 부패와 문란으로 그런 이상은 공염불이 되고
백성은 수취의 대상이 되고 만다.
그러나 백성들은 땅에 엎드려 부지런히 농사를 지어 고분고분 세금만
내거나 무역에 응하지만은 않았다는 사실을 앞서든 두가지 사례가 잘
보여주고 있다.
"국자민지국"(나라는 백성의 나라다)이라는 백성의 의식이 벌써 이때쯤
싹트기 시작하고 있었다는 증거다.
정부가 내년예산을 63조36억원으로 확정했다.
국민1인당 조세부담도 금년의 162만원에서 182만원으로 약20만9,000원이
늘어났다고 한다.
세금을 내는 것은 국민의 본분이란것은 알면서도 세금에 상응하는 득을
보지 못한다고 생각하는 것이 국민이다.
그것은 국민의 땀으로 지불된 세금이 항상 국민을 위해 쓰여진다는 믿음을
가질수 없게 했기 때문인듯 싶다.
"국민의 삶의 닐"을 높이는데 중점을 두어 편성됐다는 내년 예산이 한푼의
낭비도 없이 국민을 위해 쓰여지도록 국회에서 철저하게 심의되기를 바란다.
지금은 국가가 국민에 의존하는, 그야말로 민주의 시대가 아닌가.
(한국경제신문 1995년 9월 28일자).
함경도에 "신천지"가 있다는 풍문이 전국에 돌았다.
그곳은 토지가 비옥해 "벼이삭 하나의 크기가 허리통만 하고, 가지의
줄기를 도끼로 잘라야 한다"는 허황한 루머까지 파다해지자 재산을
처분한뒤 부모와 처자를 동반하고 그곳으로 숨어드는 사람이 속출했다.
이런 소문을 들은 성종은 급히 조사관을 함경도에 파견했고 그들이
천신만고 끝에 찾아낸 신천지는 국가행정력이 미치지않는 북청 갑산일대
였다.
신천지의 주민들은 그곳에 사는 이유를 한결같이 "국가를 배반하기
위해서가 아니라 관청의 부세와 부역이 없기때문"이라고 털어놓았다.
처음에는 이들이 부세와 부역을 거부한 반역자라고 진노해 극형에
처라려 했던 성종은 이들을 그곳에 그대로 살게한뒤 함경감사에게 고을의
관리를 맡겼다.
"신천지사건"은 정사인 "조선왕조실록"에 나타나는 최초의 납세와 부역을
거부하고 이상향을 꿈꾸던 아나키스트들에 관한 기록으로 주목된다.
그무렵에는 또 이런 일도 있었다.
제주도에서 한 가족이 배를 타고 나와 서해안이나 남해안 연해에 머물면서
고기를 잡아 육지에 내다 팔아서 생계를 유지해가는 선상생활인들 때문에
관할지역 수령들이 골머리를 앓았다.
이들이 마치 보트피플처럼 살았던 이유도 세금이나 부역을 피해서였다.
조선왕조는 애당초 민을 기반으로 세워진 국가로서 인정과 애민의 정치적
이상을 실현하려했지만 권력의 부패와 문란으로 그런 이상은 공염불이 되고
백성은 수취의 대상이 되고 만다.
그러나 백성들은 땅에 엎드려 부지런히 농사를 지어 고분고분 세금만
내거나 무역에 응하지만은 않았다는 사실을 앞서든 두가지 사례가 잘
보여주고 있다.
"국자민지국"(나라는 백성의 나라다)이라는 백성의 의식이 벌써 이때쯤
싹트기 시작하고 있었다는 증거다.
정부가 내년예산을 63조36억원으로 확정했다.
국민1인당 조세부담도 금년의 162만원에서 182만원으로 약20만9,000원이
늘어났다고 한다.
세금을 내는 것은 국민의 본분이란것은 알면서도 세금에 상응하는 득을
보지 못한다고 생각하는 것이 국민이다.
그것은 국민의 땀으로 지불된 세금이 항상 국민을 위해 쓰여진다는 믿음을
가질수 없게 했기 때문인듯 싶다.
"국민의 삶의 닐"을 높이는데 중점을 두어 편성됐다는 내년 예산이 한푼의
낭비도 없이 국민을 위해 쓰여지도록 국회에서 철저하게 심의되기를 바란다.
지금은 국가가 국민에 의존하는, 그야말로 민주의 시대가 아닌가.
(한국경제신문 1995년 9월 28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