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9일부터 워싱턴에서 벌어진 한미자동차협상을 끝내기 위한 한국측의
마지막 안이 던져졌다.

홍재형경제부총리를 비롯한 관계장관들은 27일 오전 서울팔레스호텔에서
만나 더이상 양보할수 없는 최종안을 협상대표단에게 훈령으로 보내 미무역
대표부(USTR)에 전달했다.

최종안은 대형자동차의 자동차세를 대폭 내리는것.

2천5백cc 초과-3천cc 차량의 자동차세를 cc당 4백10원에서 3백10원으로,
3천cc 초과차량은 6백30원에서 3백70원으로 낮춘다는 내용이다.

이는 지금보다 자동차세를 cc당 1백-2백40원으로 인하하는 것으로 미국측이
불만을 표시해온 급격한 누진구조를 완만한 누진구조로 바꾸는 셈이다.

이번 자동차협상의 최대 쟁점은 애초부터 자동차세의 누진구조개선이었다.

형식승인면제대상확대 자동차할부금융사의 외국인지분제한철폐 소비자인식
개선등에는 양측이 쉽게 합의했음에도 협상이 당초 예정된 이틀을 넘어
1주일이상 소요된 것도 자동차세누진구조개선에 대한 양측의 견해차이가
좁혀지지 않았기 때문이다.

미국측은 2천5백cc 초과차량전부의 자동차세를 2천cc 초과-2천5백cc 차량과
같은 cc당 2백50원으로 낮출 것으로 강력히 요구했다.

이는 사실상 자동차세의 누진구조를 철폐, 단일세율로 바꾸라는 압력이다.

한국측 협상대표단은 협상전부터 배기량이 큰 대형차의 자동차세를 어느
정도 내리겠다는 복안을 갖고 갔다.

그러나 미국의 요구를 전부 수용할수는 없는 노릇이었다.

미국의 요구를 받아들일 경우 개방압력에 자국세제의 근간을 흐트리는 꼴이
돼 조세주권주의의 포기나 침해라는 비난을 면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그렇다고 협상을 결렬시켜 수퍼 301조에 의한 우선협상대상국관행(PFCP)
으로 지정되는 것도 피해야만 하는 상황에 몰렸다.

수퍼 301조로 지정될 경우 미국은 결국 세계무역기구(WTO)에 제소하게
되고 그럴 경우 한국은 더 불리한 상황을 맞을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세계무역기구로 비화되면 침묵을 지키고 있는 유럽이나 일본이 미국과
동조할 가능성이 높아 개방공세가 더 가열될수밖에 없다는 우려에서다.

단일세율의 요구를 받아들일수도 없고 그렇다고 협상을 결렬시키는 것도
피해야만 하는 진퇴양난에 몰린 끝에 나온 안이 바로 정부가 이날 협상
대표단을 통해 USTR에 전달한 최종안이다.

당초 생각했던 것보다 대형차의 자동차세를 대폭 내리는 쪽으로 정한 것은
이같은 한국대표단의 절박한 상황을 반영하는 것이다.

문제는 미국이 이를 받아주느냐의 여부다.

USTR은 27일 오전(한국시간27일 밤) 수용여부를 발표할 예정이다.

우선협상대상국관행지정대상을 발표하면서 한국자동차시장을 넣으면 수용
불가로 협상이 결렬된다.

현지분위기로는 미국측이 한국측안을 수용, 실리와 명분을 통시에 취할
가능성이 높다는 전망이다.

최근 협상이 끝난 일본자동차문제에 비해 성격도 다르고 시장도 좁은
한국자동차시장을 수퍼 301조로 지정하는 것이 미국에 반드시 유리하지
않다는게 현지전문가들의 견해다.

미국은 일단 이번 협상에서 한국측이 제시한 양보안을 받아들여 미진하나마
개방압력의 효과를 거두면서 무역분쟁을 일으키는 국가라는 이미지도
피하자는 선택을 할 것이라는 추측이다.

이는 USTR로서도 꿩도 먹고 알도 먹는 양수겸장이라는 평가를 받을만한
전략이 될수있다는게 현지소식통들의 얘기다.

그러나 캔터대표의 입장이 워낙 강경한데다 행정부도 내년 선거등을 의식,
대외개방공세를 강화한다는 정치적 판단을 내릴 소지도 배제할수 없다.

한국자동차시장을 희생양으로 삼아 자국산업보호의 기치를 내걸고 개방
압력을 강화하겠다는 고도의 전략을 택할수도 있다는 것이다.

이러한 선택은 한국측안의 수용불가를 의미한다.

선택의 시간은 얼마 남지 않았다.

(고광철기자)

(한국경제신문 1995년 9월 28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