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미자동차협상에서 한국측이 대형차에 대한 자동차세를 대폭 인하하는
쪽으로 방향이 잡혀가자 국내 자동차업계는 국내자동차시장에 적지않는
타격을 줄 것으로 우려하고 있다.

업계는 특히 국내 자동차 시장구조의 변화를 가장 걱정하고 있다.

배기량이 큰 차량일수록 특소세와 자동차세가 높게 부과되던 현행 세율
체계가 무너지면서 국내시장이 중소형 자동차 위주에서 대형차로 넘어가게
될 가능성이 커졌기 때문이다.

이 경우 상대적으로 배기량이 높은 대형 수입차들이 주로 혜택을 보게될
것은 뻔하다.

특소세의 경우 배기량 2천cc 이상 자동차의 세율이 25%에서 20%로 낮아질
경우 자동차 구입가격은 약4%정도 떨어진다는 분석이다.

대부분이 2천cc 이상인 미국산 자동차는 그만큼의 가격경쟁력을 확보할수
있게 된다.

자동차세도 마찬가지다.

한미협상 결과로 현대자동차의 그랜저 3.0은 연간 자동차세가 1백21만원
에서 92만원으로 약 29만원 인하되는데 비해 배기량 4천6백cc의 미제 포드
링컨타운카는 1백19만원이나 떨어진다.

자동차세 경감혜택을 국산차 보다 4배이상 더 보는 셈이다.

이같이 외국산 자동차의 가격과 보유부담이 덜어질 경우 국내 소비자들은
대형수입차를 사는데 별다른 부담감을 느끼지 않게 된다.

이로 인해 국내 자동차 판매구조 자체가 중소형차 중심에서 대형 중심으로
바뀔수 있다는 얘기다.

지난해 국내 자동차 판매구조는 중소형차가 전체의 65.3%를 차지한 반면
대형차는 1.9%에 불과하다.

그러나 이미 지난해 중대형차로의 대체수요가 신규수요를 넘어서는등
중대형차 위주의 시장구조가 형성될 조짐이 보이고 있기도 하다.

이번 협상결과가 이러한 추세를 가속화 시킬 수 있다는게 업계 관계자들의
분석이다.

현재 전체 수입차의 국내 시장점유율은 0.5~0.6%에 불과하다.

그러나 중대형 승용차 시장에서는 10% 이상의 점유율을 보이고 있다.

특히 2천cc급이상 대형차시장에서는 20%이상에 달한다.

앞으로 늘어날 수입차 역시 대형차시장에 집중될게 뻔하다.

따라서 수익성이 상당히 높은 국내 대형차시장은 외국산 자동차에 잠식될
가능성이 커 국내 자동차업체는 수익면에서도 악영향 받을 예상이다.

이와 관련 업계관계자는 "자동차 산업의 기반인 내수시장을 침해당할
경우 수출을 포함한 국내 자동차산업 전체에 커다란 위기가 닥칠 수도
있다"고 보고 있다.

< 정태웅기자 >

(한국경제신문 1995년 9월 28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