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의 이름을 빌려 예금을 했더라도 실제 예금주에게 돈을 돌려줘야 한다는
판결이 나왔다.

이는 금융실명제 이후 차명거래 분쟁과 관련한 첫 판결이어서 주목된다.

서울지법 민사 합의22부(재판장 양삼승부장판사)는 3일 박인규씨(서울 관악
구 신림동)가 "자신이 실제 예금주이다"며 (주)한국외환은행을 상대로낸 "이
득상환금" 청구소송에서 "외환은행은 박씨에게 차명으로 된 예금 5천만원을
돌려주라"며 원고승소 판결을 내렸다.

재판부는 판결문에서 "금융기관에 대한 기명식예금에 있어서 그 예금의 명
의와 관계없이 또는 금융기관이 누구를 예금주라고 믿었는가에 관계없이 실
제 예금주에게 예금을 반환해야 한다"고 밝혔다.

재판부는 또 "금융기관은 예금을 실질적으로 지배하고 있는 자로서 자신의
예금으로 한다는 의사를 가지고 대리인을 통해 예금계약을 한 자를 예금주로
봐야 한다"고 판시했다.

박씨는 지난해 11월 김춘복씨의 주민등록증을 주어 김씨 행세를 하는 사람
으로부터 하루만 외환은행에 1억원을 입금했다가 인출해주면 8만원을 주겠다
는 말을 믿고 김춘복씨 명의로 된 예금통장과 인장을 받고 1억원을 입금해줬
다.

그러나 김씨 행세를 하는 사람은 돈을 빼돌리기위해 돈이 입금된 날 외환은
행에 주민등록증과 도장을 잃어버렸다고 분실신고를 한 후 입금한도액인 5천
만원을 조흥은행에 이체했다.

김씨의 통장과 도장이 허위라는 사실을 안 박씨는 그를 사기죄로 고소, 5천
만원을 되돌려 받은 후 "외환은행 별단예금에 들어있는 김씨 명의의 5천만원
의 예금주는 자신이다"며 나머지 원금의 반환을 요구했으나 외환은행측이 "
예금주가 누구인지 분명하지 않다"며 반환을 거부하자 소송을 냈다.

< 한은구기자 >

(한국경제신문 1995년 10월 4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