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금융시장및 자본시장의 개방폭이 확대될수록 우리의 거래관행이나
회계규칙,그리고 정부규제 등을 국제기준에 맞게 고쳐야할 필요성이 커지고
있다.

이중에서 국내 기업이나 금융기관들이 국제 금융시장에 진출해 영업활동을
하거나 장기자금을 값싸게 조달하기 위해 거쳐야할 절차의 하나가 신용등급
을 평가받는 일이다.

현재 세계적으로 유명한 신용평가 기관으로는 무디스사(Moody''s)와
스탠더드 앤드 푸어스사(S&P)를 꼽을수 있는데 국제 금융시장에서 발행된
채권물량의 70%가 무디스로부터, 50%가 S&P에게서 신용등급을 평가받았다.

무디스나 S&P로부터 신용평가를 받지 않거나 일정등급 이하로 판정받으면
만기 5년미만의 변동금리부채권 정도 이외에는 발행할수 없어 장기자금조달
이 사실상 불가능한 실정이다.

그렇지만 국내 기업들은 이들 기관으로부터 신용평가를 받는 것을 크게
꺼리고 있는데 그 까닭은 우리의 기업회계규칙이 국제기준에 맞지 않는데다
대주주가 경영권을 독점하는 상황에서 내부 정보유출을 걱정하기 때문으로
알려져 있다.

지난 5월 현재 무디스나 S&P로부터 신용평가를 받은 국내기업은 민간기업
으로 삼성전자 유공 호남정유, 공기업으로 한국전력 한국통신 포항제철
정도에 불과하다.

금융기관은 7대 시중은행과 국민은행 장기신용은행 등이 올해 무디스로부터
평가를 받았는데 장단기 신용등급은 양호한 편이나 재무상태가 매우 나쁜
평가를 받아 평가결과에 이의를 제기하는 소동이 벌어졌다.

재무평가에서 신한은행이 C등급을 받은것 말고는 모든 평가대상 은행이
D나 최하인 E등급을 받았기 때문이다.

장단기 신용등급은 국가 신인도나 중앙은행으로부터의 지원가능성 등 외부
요인을 고려하는데 비해 재무평가는 일체의 외부조건을 배제한채 은행자체의
채무상환 능력만을 평가한 것이다.

이 때문에 우리은행의 대외 신인도가 떨어져 해외자금 조달조건이 나빠질
염려가 있어 이의신청을 한뒤 보충자료를 낼 계획이라고 한다.

그러나 재무상태가 나쁜 평가를 받은 것은 우리뿐이 아니라 자산규모가
세계적으로 거대한 일본은행들도 예외가 아니다.

지방은행인 시즈오카은행이 B등급을 받았고 도쿄은행 미쓰비시은행
산와은행이 C + 등급을 받았을뿐 대부분이 C에서 E까지의 등급을 받았다.

이같은 저평가는 일본은행들의 막대한 부실채권 때문으로 일본은행들의
반발에도 불구하고 상당한 객관성을 확보하고 있다.

물론 무디스나 S&P의 신용평가도 객관성에 문제가 있다는 비판이 없지
않으며 고객관계를 고려하고 있다는 시각도 있다.

그러나 해외자금조달에 이들의 신용평가가 중요한 것은 분명하다.

덕산그룹 부도사태때 보았듯이 뒤늦게 신용평가등급을 사후조정하는 국내
신용평가기관의 수준을 고려할때 지금부터라도 세계적인 신용평가기관의
평가를 적극 수용하고 문제점을 개선하기 위해 노력해야 한다고 본다.

개방경제에서 살아남기 위해서는 세계시장에 진출해 성장해야 하기 때문
이다.

(한국경제신문 1995년 10월 4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