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이 반컵이나 있다". "물이 반컵밖에 없다".

같은 양의 물에 대한 서로 다른 시각을 나타낸 말이다.

"반컵밖에 없다"는 말은 물이 반컵밖에 없어 한컵 또는 반컵이상 있어야
가능한 일을 할수 없다는 제한적이며 회의적인 사고를 담고 있다.

이같은 정신을 지닌 한 창조나 변화를 위한 노력은 기대하기 어렵다.

그것은 무엇이든 해보고 싶고 해보겠다는 의욕을 상실한 사람의 스스로에
대한 거부의 벽이자 절망의 벽이며 모든 것을 포기한 사람이 바라보는
마지막 벽과 다름없는 까닭이다.

상대적으로 "반컵이나 있다"는 말속에는 반컵이하로 할 수 있는 일이
있으며 반컵이나 있기 때문에 이것저것을 시작할 수 있다는 뜻이 포함돼
있다.

지금부터라도 노력해서 여러가지를 얻겠다는 의욕과 희망이 잠재돼 있음도
물론이다.

마음먹기에 달렸다는 말도 있다.

실제로 많은 일들이 마음먹는데 따라 달라진다.

안된다고 생각하고 왠지 안될 거라고 믿으면 충분히 가능했던 일도 안되고
처음부터 될 수 없었던 일이 되는 경우가 종종 있다.

생각과 마음은 순간적이며 형체도 없지만 그 결과는 유형의 상태로 나타나
영원히 지속될 수 있다.

반대로 된다고 굳게 믿고 혼신의 힘을 다해 노력하면 불가능도 가능으로
바꾸는 힘이 솟아 나온다.

"물이 반컵이나 있다"는 말은 이른바 실리콘밸리정신의 기본이다.

실리콘밸리정신이란 의지와 노력, 창의성으로 불가능한 것을 가능하게
하는 것을 뜻한다.

찌든 가난을 떨쳐내고 보릿고개를 넘은 우리의 경제성장도 "하면 된다"
정신이 이뤄낸 결과라 할 수 있다.

"내 사전에 불가능이란 말은 없다"고 한 나폴레옹의 마음가짐과 자세가
새삼 그리워지는 요즘이다.

현실적으로 불가능은 있다.

하지만 인간에게는 불가능한 것은 없다고 믿음으로써 진정 불가항력적인
것을 제외한 대부분을 가능하게 할 수 있는 힘이 있다.

그 힘은 마음에서 나온다.

물이 반컵밖에 없다는 회의적 사고보다 반컵이나 있다는 긍정적이고
진취적인 사고가 우세했던 것이 인류의 모든 발전을 가능하게 했음이
틀림없다.

(한국경제신문 1995년 10월 4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