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의 기업 회계는 누가 누구를 위해 어떤 기준으로 작성하느냐에 따라
서로 다르다.

세무 업무를 둘러싼 회계사와 세무사의 갈등이 있는가하면 의사결정을
위한 관리회계와 기업을 부풀리는 편법적인 분식회계라는 것도 있다.

기업편의 위주로 되어있는 불투명한 기업회계 기준을 개방경제 체제에
맞게 개편,재무제표를 분석하는 것만으로도 기업의 실체를 쉽게 파악할수
있게할 "정보 이용자를 위한","시장에서 투명한" 기업회계기준을 마련할
수는 없을까.

보도(한국경제신문 4일자 1면 머릿기사)에 따르면 증권감독원은
기업회계제도자문위의 도움을 받아 최근 기업회계기준 개정시안을
마련했으며 이를 관련 단체등의 의견수렴을 거쳐 96회계연도부터
적용할 계획이라 한다.

시안마련이 지금껏 지체된것은 포괄 범위가 넓고 기업자산평가에 관련된
이해관계가 첨예하게 대립되고 있는데 연유했다고 하지만 시행목표시기를
코앞에 두고 서두르고 있어 기업들의 반발이 특히 크지 않을까 걱정된다.

어차피 새롭게 마련해야 할 기업회계기준이라면 이번 기회에 정부 기업
회계사 세무사등 모든 당사자와 전문가가 충분한 시간을 갖고 깊이있는
비판과 토론, 그리고 양보와 타협을 거쳐 우리현실에 맞는 개정안을
마련해야 할 것이라고 생각한다.

그 방향은 첫째 시장에서의 정보이용자에게 도움이 되는 회계기준이어야
한다.

즉 국제관행에 맞게 싯가기준이어야 한다.

유가증권은 어느 시점에서든 처분이 가능한 현금의 대체물이다.

적어도 자산운용 목적의 단기보유 유가증권은 완전한 싯가로 평가하여
당기순이익에 반영하는게 바람직하다.

현행 취득원가 기준은 평가손익의 정보를 누락시키며 폭락한 유가증권의
보유를 조장하고 변칙적인 추가매수와 결산전 자전거래등 시장왜곡 행위를
낳는다.

그러나 경영참여 목적의 장기보유 유가증권은 싯가적용이 경제력집중
억제목적의 출자총액한도 초과를 유발하여 새로운 회계기준의 수용을
어렵게 할 현실적 제약이 존재하므로 별도의 타협점을 찾을 필요가 있다.

다만 보유 부동산의 가치 표시방법이나 부실기업정리 산업합리화 자금의
현재가치 환산은 투명한 회계기준의 적용을 받아야 한다.

둘째 기업내에서 경영활동을 총체적으로 계획하고 통제하는 과학적
관리회계에 연계되는 회계기준이어야 한다.

즉 일의 흐름을 화폐화하여 업적평가와 책임부여가 명료해져야 한다.

예를 들어 상품할부매출도 실제 판매부분만 계상하도록 하며,연구개발비의
상각도 장기집행과 종료시점성과를 반영하도록 하며,선물회계도 증거금과
보유 포지선의 현재 가치를 반영하도록 해서 다양해지는 기업 활동에 맞는
회계기준이 논의되어야 할 것이다.

셋째 회계정보가 의사결정에 효과적이기 위해서는 무엇보다도 상호비교가
가능하고 이해가 쉽고 이용자의 목적에 맞아야 한다.

그러기 위해서는 국제적으로 통용되는 일반회계원칙을 준수해야 하며,
단순한 재무상태의 기록차원을 넘어 분석의 틀,비전설정,전략추진의
경영도구가 될수 있어야 한다.

(한국경제신문 1995년 10월 5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