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일 시중금리가 연중최저치에 근접하는 등 자금시장이 안정세를 보이고
있다.

당초 금융소득 종합과세 확대방침 발표로 채권값은 떨어지고(금리상승)
주식값은 올라갈 것이라는 일부의 예상과는 다른 현상이 벌어지고 있는 것.

실제 지난달 6일 홍재형 부총리겸 재정경제원 장관이 예외없는 종합과세를
발표한 직후 이틀간은 회사채 유통수익률이 오르는 등 불안한 금리상승
조짐을 보였었다.

하지만 이같은 금리상승세는 심리적인 영향에 따른 일시적인 현상에
그쳤다.

추석연휴이후 다시 하락세로 돌아선 것.

또 지난달 21일 1,012.29포인트를 기록하며 1,000포인트를 뛰어넘었던
주가도 970 내지 980포인트 선으로 주저앉았다.

금융시장이 금융기관간 대규모 자금이동이나 제도금융권 밖으로의 뭉칫돈
이탈 현상없이 안정적으로 굴러가는 것은 넉넉한 자금사정 때문.

기업들의 설비투자 축소로 자금수요는 줄어들고 있는 반면 한국은행의
통화공급 여력이 충분해 자금수급면에서 볼 때 금리가 뛸 요인이 없다는게
자금시장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한국은행이 금리상승세가 나타나면 즉시 돈을 방출하는 등 금리지표에
기만하게 개입하고 있는 점도 자금시장 관계자들을 안심시키는데 큰 작용을
하고 있다.

은행 투자금융사등의 대출창구에선 삼성 현대그룹등 대기업을 대상으로
대출세일을 할 정도로 자금상황은 넉넉하다.

특히 이달들어 대기업및 중견기업들에게 단기운용자금을 대출하는 투금사
창구에선 기업어음(CP)이 없어서 못파는 현상까지 벌어지고 있다.

신한투자금융 한근환사장은 "자금이 단기화되면서 기업어음을 사겠다는
은행신탁등 기관자금의 유입은 늘고 있으나 대기업들이 차입규모를 줄이면서
기업어음의 할인발행 규모가 수요증가를 따라가지 못하고 있다"고 말했다.

일부 대기업들은 연10%선인 콜자금을 끌어다 연 13%대인 은행의 당좌대출
자금을 갚아 짭짤한 금리차익을 챙기는 사례도 있다.

이처럼 신용도가 높은 대기업들은 금융기관의 대출요청을 거절할 정도로
여유있게 자금운용을 하고 있다.

하지만 신용도가 떨어지는 일부 한계기업및 중소기업들은 "풍요속의 자금
빈곤"현상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또 8월중 지방의 어음부도율이 0.79%로 25년만에 사상최고치를 기록하는
등 영세한 중소기업이 많은 지방의 자금사정은 넉넉한 자금사정과는 딴판
이다.

더욱이 청주의 동양상호신용금고가 신용관리기금으로부터 경영관리를 받는
등 일부 지방의 지역경제가 휘청거리고 있다.

금리지표가 안정세를 보이는 것과는 다르게 대기업과 중소기업, 지방기업간
에자금의 양극화 현상이 심화되고 있는 것.

이는 올들어 덕산그룹 부도등으로 금융기관들의 리스크관리가 강화되면서
한계.중소기업에 대한 여신이 까다로와졌기 때문이다.

금융기관 대출담당자들은 "대기업에 여신규모를 늘릴 수 없어 돈을
놀리더라도 위험한 거래체에 돈을 빌려줬가 수백억원씩 떼이는 것보다는
낫다"고 말한다.

자금시장 전문가들은 부가세등 8조원의 국세가 국고로 환수되는 이달말
일시적인 금리반등세가 나타날 수도 있으나 금리안정기조는 단기자금화된
"눈치돈"이 움직일 것으로 예상되는 연말까지 이어질 것이라고 전망했다.

지난달말 현재 총통화(M2) 증가율(평잔)이 14%선을 깨고 13%대에 진입했다.

게다가 10월중 통화공급여력이 작년보다 2조5천억원이나 늘어나고 하반기
재정자금의 대규모 방출이 있어 자금수급상 금리가 오를변수가 거의 없다는
판단에서다.

(한국경제신문 1995년 10월 5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