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발제한구역, 즉 그린벨트의 몸살이 갈수록 심해져 이제는 제도자체가
뿌리째 흔들리고 있음은 매우 안타까운 일이다.

특히 본격적인 지자제실시 이후 일부 지방자치단체가 그린벨트 훼손에
앞장서거나 지방 토호들과의 유착으로 금단의 땅을 야금야금 파먹어
들어가는 사례가 부쩍 늘어나고 있는 것이다.

건설교통부가 최근 국회에 제출한 자료에 따르면 그린벨트내 건축물
건립 또는 토지형질변경 허가면적은 92년 309만평(5,229건)이던 것이
93년 509만평(5,797건),94년에는 839만평(1만3,742건)으로 3년간 연평균
65%씩 늘어났다.

또 올들어 7월까지만도 398만평(6,384건)의 그린벨트가 전용된 것으로
드러났다.

지자제 실시이후 어느정도 예견된 일이긴 하지만 그 정도가 갈수록
심해지고 있음은 그냥 봐넘길 일이 아니다.

정부는 이에 따라 그린벨트 관련제도를 강화할 계획이라지만 지난 8월
국무총리실 주관으로 실시한 수도권 그린벨트 실태조사에서도 드러났듯이
단속주체와 훼손주체가 구분되지 않는 경우도 많아 그 실효성에 의문이
앞선다.

감시.단속에 앞장서야할 지자체가 오히려 지역이익을 내세워 전용을
부추기거나 훼손행위 단속에 미온적이라면 큰 일이 아닐수 없다.

더욱 충격적인 것은 관리비부족을 이유로 그린벨트관리를 사실상
포기하는 지자체들이 늘어나고 있다는 사실이다.

벌써 10여 군데의 지자체들이 그린벨트관리는 국가업무이기 때문에
지방예산에서 관리비를 댈수 없으니 국고에서 부담하라는 내용의
공문을 건설교통부에 보내왔다고 들린다.

하지만 정부는 내년예산에 그린벨트 관리비를 한푼도 반영하지 않고
있어 이래저래 그린벨트 관리는 앞으로 더욱 소홀해질 수 밖에 없는
상황이다.

따지고보면 그린벨트의 병이 깊어지게 된 것은 이 제도를 정치적으로
이용해온데 따른 자업자득이라고 할수 있다.

크고 작은 선거 때마다 단골 메뉴로 등장하는게 그린벨트해제 공약인데다
실제로 지난 71년 이 제도 시행이후 지금까지 45차례나 손질을 했다고
하니 어디 원칙인들 남아있을리 있겠는가.

현재 그린벨트에 묶여 재산권의 제약을 감수하고 있는 주민은 28만가구
96만 여명에 이른다고 한다.

하지만 만약 그린벨트가 없었다면 도시주변의 숲은 남아나지 못했을
것이다.

재산권침해 논란에도 불구하고 지난 24년동안 이 제도가 유지돼온 것은
환경보전이라는 대국적인 필요성 때문이었다.

그린벨트는 사유재산이기에 앞서 온 국민이 그 혜택을 누리게 되는
공유물이라고 할 수 있다.

그런 의미에서 그린벨트내의 사유지를 국가가 매입하여 국.공유화하는
방안이 강구돼야 한다는 주장도 귀담아 들을 만하다.

요즘처럼 토지에 대한 각종 규제가 완화되면 될수록 그린벨트의 중요성은
더욱 커진다고 볼 때 그린벨트의 훼손은 비록 한 뼘이라도 용인해서는
안되며 벌칙적용에 한 점의 예외가 있어서도 안된다.

그린벨트 훼손방지에 미온적인 지자체장에 대해선 책임을 물어서라도
경각심을 일깨울 필요가 있다.

(한국경제신문 1995년 10월 5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