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금 수행할 두 사람이 더 필요하다고 그랬나요?" 희봉이 가련을 흘끗
쳐다보고 나서 가장에게 물었다.

"네.이번에 할 일이 참 많거든요. 연극을 지도할 선생을 초빙해 오고,
배우로 쓸만한 계집들을 골라서 사가지고 오고,그외 필요한 악기며
의상들을 구입해서 가져오려면 한두 사람 가지고는 어림도 없지요.

내왕 집사의 아들 형제와 식객인 선빙인, 복고수들이 따라가긴 하지만
사람이 더 필요하다니까요"

"그럼 됐어요. 여기 할멈의 두 아들을 데려가면 되겠네. 할멈,두 아들
이름이 어떻게 되지요?"

그러자 가련이 무슨 소리인가 하고 희봉을 쳐다보았다.

희봉이 조노파의 두 아들을 추천하게 된 경위를 설명하자,가련이 오히려
조노파 앞에서 송구스러워하며 그동안 조노파의 아들들에 대하여 소홀히
했던 점을 사과하였다.

희봉에게는 가련을 은근히 원망하는 말을 늘어놓았던 조노파가 막상
가련이 그렇게 나오자 몸둘 바를 몰랐다.

"할멈,어서 두 아들 이름을 말하세요"

희봉이 또 한번 재촉을 하니 그제서야 조노파가 주섬주섬 아들들의
이름을 가장에게 말해주었다.

"큰 녀석은 조천량이고 작은 녀석은 조천동이라고 해요"

그렇게 가장에게 조노파의 아들들을 붙여준 희봉은 약간 짐을 벗은 듯한
기분이 되어 주위 사람들이 물러간 후 가련과 단둘이 마주앉았다.

이 순간을 얼마나 기다려왔던가.

둘은 저녁밥을 먹는둥 마는둥 하고 곧 잠자리에 들었다.

오늘은 이제 집안 어른들이 가련을 부르지는 않을 것이었다.

하도 집안에 대소사가 많으니 오랜만에 만난 부부도 이렇게 둘만의
시간을 가지기가 쉬운 것이 아니었다.

희봉이 가련의 품으로 파고들며 숨소리를 거칠게 내었다.

가련이 소주 지방에서 한번 양매창을 앓은 적이 있는지라 혹시 그
성병이 희봉에게 전염될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면서도 청미래덩굴
뿌리로 치료를 했으니 괜찮겠지 하며 희봉의 옷들을 벗겨나갔다.

그런데 이전에는 곧잘 곤두서던 그 물건이 이번에는 어쩐지 힘을
잃어갔다.

희봉이 손으로 정성껏 만져주자 그제야 그것이 옛날 기운을 찾아 우뚝
일어섰다.

희봉은 문득 언젠가 이것이 영영 일어서지 못할 때도 오겠지 하는 생각이
들었다.

그러면서 가련의 물건이 다시 힘을 잃기 전에 자신의 몸속으로
넣어야겠다는 조급한 마음이 일었다.

드디어 우람한 가련의 음경이 희봉의 몸속으로 들어왔다.

희봉은 영국부가 떠나갈 듯이 소리를 내지르고 싶었다.

(한국경제신문 1995년 10월 6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