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보통신부만 쳐다보며 오늘 하루도 그냥 보냈습니다" 요즘
통신사업자들이 정보통신부가 결정을 해주지 않아 아무 일도 못하고 있는
형편을 꼬집는 말이다.

정보통신부가 신규서비스나 기술개발등에 관련된 업무처리를 미뤄
통신사업자가 사업에 차질을 빚는 현안이 하나둘이 아니다.

데이콤의 시외전화식별번호, 한국이동통신에 대한 주파수 추가할당,
이동전화설비비 반환, 개인휴대전화(PCS)기술기준제정, 무선호출요금인하와
한글문자서비스등이 대표적인 사례다.

데이콤 시외전화 식별번호는 "1"과 "082"를 사이를 오락가락하고 있다.

지난9월말에는 발표직전까지 갔다가 "추가 검토 필요"란 이유로
보류됐었다.

지난3월 데이콤을 제2시외사업자로 지정한지 6개월이 지나도록 검토만
거듭하고 있다.

데이콤은 영업에 가장 필요한 식별번호가 없어 팔짱을 끼고 앉아있다.

사업개시가 채 석달도 남지 않았는데 "영업 무기"가 없기 때문이다.

식별번호가 하루라도 빨리 정해져야 소비자들에게 알려 인지도를 높일수
있다.

주파수추가할당문제에 대해서는 정통부 입장이 이미 정리됐으나 시행을
미루고 있다.

정통부는 국회에 제출한 자료에서 "최소한의 주파수 배정"한다고 분명히
밝혔다.

그러나 실제 시행을 차일피일 미루고 있다.

이해당사자인 한국이통과 신세기통신의 입장이 첨예하게 대립돼있어
"다칠라"하는 걱정 때문에 몸을 사리고 있다는게 업계의 비판이다.

PCS기술기준도 사업자들에 대한 "배려"가 지나친 부분으로 손꼽힌다.

TDMA(시분할다중접속)와 CDMA(코드분할다중접속)을 둘다 표준으로 하자는
한국통신의 주장에 끌려다닌다는 것이다.

CDMA를 국책과제로 개발할때의 CDMA단일표준 예상을 빗나갔다.

통신기기메이커들이 편을 갈라 "불필요한 소모전"을 벌이게 됐다.

한국이통이 이동전화 가입자로부터 받는 65만원의 설비비 반환문제도
같은 맥락.

얼마를 언제 돌려주느냐는 것은 한국이동통신에서는 최대의 관심사.
소요재원이 7천억원대에 이르러 자금파트는 물론 전반적인 사업계획에도
영향을 주는 사안이다.

감사원의 지적(15만원이 적정)과 한국이통의 희망(적어도 25만원)
사이에서 눈치만 보고 있다는 지적이다.

무선호출사업쪽에서는 현안이 무더기로 쌓여있다.

한국이통의 무선호출요금인하 허가, 보증금 제도개편, 한글문자서비스
허용등이 그것이다.

무선호출의 경우 당초 10월초에 요금을 내리고 한글문자서비스를 시작할
계획이었으나 적어도 보름이상 늦어지게 됐다.

한국이통의 요금인하가 해결되지 않자 제2사업자들의 요금인하도
답보상태이다.

제2사업자의 요금은 신고만 하면 되지만 한국이통의 요금이 정해져야
자신들의 요금을 정할수 있기 때문이다.

정통부는 이같은 정책결정 지연에 대한 설명을 시간에 따라 바꿔 설득력이
약한 모습이다.

지난달에는 "좀더 검토가 필요하다"는 말을 하더니 요즘들어서는
국정감사를 핑계로 삼는다.

"국정감사가 끝나면 차례차례 결정해 발표하겠다"고 한다.

그러나 통신사업자들의 생각은 다르다.

국정감사는 핑계일뿐 내부적인 문제가 더 크다고 지적한다.

최고정책결정책임자가 관련부서간의 의견조율과 과감한 의사결정능력을
갖추지 못한 탓이란 시각이다.

정보통신부가 정책결정을 제때 못해 사업에 차질이 빚어지는 일은 더이상
없으려면 "과감한 규제완화가 절실하다"는게 통신사업자들의 희망이다.

<정건수기자>

(한국경제신문 1995년 10월 6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