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모래이야기>

백사장의 모래는 선박 건조에 없어선 안될 중요 원자재다.

완성된 배에 페인트칠을 하는데 반드시 필요한 소재이기 때문이다.

선체에 모래를 고압상태로 뿌려 녹을 제거하는 "샌드 블래스팅"공정을
거쳐야 하는 것.

이 모래의 조달을 둘러싸고 한바탕 논란이 벌어진 적이 있다.

대한조선공사(한진중공업 전신)가 지난 71년 수주한 걸프사의 선박을
건조할 때였다.

첫 대형 일감을 따낸 조공 내에서 "국산 모래는 믿을 수 없으니
유럽모래를 수입하자"는 의견이 나왔다.

다행히 삼천포지역의 모래를 검사해보니 합격점을 얻었다.

국내 조선기술이 보잘 것 없었던 70년대만 해도 모래는 국산화율을
끌어올리는데 큰 "기여"를 했다.

73년의 업계 국산화율이 모래를 포함해 10%였던 게 이를 반증한다.

그러나 기술 개발이 속속 이뤄지면서 92년에는 전체 국산화율이 80%를
넘어섰다.

짓기가 가장 어렵다는 LNG선(현대중공업의 4호선기준)도 78%까지 올라가
있다.

(한국경제신문 1995년 10월 6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