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기안 <경희대 교수/경영대학원장>

최근 정부는 기업경영 체제를 개선하기 위한 노력의 일환으로 기업의
이사회나 감사가 제기능을 다할수 있도록하는 여러가지 방안을 마련중이라고
한다.

정부가 마련중인 방안으로는 외부이사제및 외부감사제 도입이나
소액주주의 경영권 참여가 보장되는 기구설치등을 들수 있다.

이러한 조치들은 경제성과를 공평하게 분배한다는 사회형평의 원칙을
정착시키려는 의도에서 나온 것으로 볼수있다.

사회형평을 전제로 경제를 부흥시키기 위해서는 우선 개인의 자유로운
경제활동을 보장해 주는 것이 중요하다.

동시에 다른 한편으로는 경제적 성과를 공정하게 분배하기 위해 한정된
범위내에서 국가가 개입할 필요가 있는 경우가 있다.

2차 세계대전후 모범적인 경제성장을 이룬 서독의 경우 경제정책의 초점을
과도한 부의 집중을 견제하고 경제성과를 공평하게 분배하는데 뒀다.

우선 독과점및 기업집중에 대한 규제를 강화함으로써 경쟁질서를 바로
잡고 경제력 집중을 완화하려고 노력했다.

이와함께 기업활동을 개선하려는 노력으로 나타난 것은 공동의사 결정제도
였다.

이 제도는 기업의 외부이사및 감사제라는 이원적 경영체제를 정착시킨
것으로 볼수 있다.

일반적으로 자본주의 체제에서는 생산및 기업경영의 성과물이 대주주 또는
기업 소유자 개인에게 돌아가기 쉽다.

이에따라 소액주주의 경영권은 무시된다.

그러나 경영체제가 세계적 수준이 되기 위해서는 대주주에 의한 이같은
일방적인 경영독점이 시정돼야 한다.

대주주나 소유자 개인의 불균형적인 지배현상이 소유및 경영에 이르기까지
당연시 돼서는 안된다.

따라서 노동과 자본의 동일한 중요성과 대주주와 소액주주의 권리가
동등하게 보장되도록 원칙이 정립돼야 한다.

더 나가서는 이 원칙에 기반을 둔 사회적 분배의 정의와 자유기업주의의
상호관계 정립이 필요해진 것이다.

이 때문에 서독에서는 종업원의 공동의사결정권을 제정해 노동자의
경영참여를 확대했다.

공동의사결정제도를 기업내에 도입하는 것은 결코 생산수단에 대한
사유재산권 보장을 부정하는 것이 아니므로 자본주의 체제의 근본에
어긋나는 일이 아니다.

공동의사결정제도는 노동과 자본,대주주와 소액주주간의 협조관계를
개선하고 기업활동에 대한 정당성을 부여한 것이다.

따라서 이 제도는 경제정의를 실현하기 위한 자본과 노동의 화해를
의미하는 동시에 소액주주의 경영참여를 보장하는 토대가 된다고 할수있다.

노동자와 소액 주주의 입장에서 볼때,이러한 제도를 통해 자기 기업내에서
욕구를 충족할수 있고 더불어 직업의 보람과 주인의식을 가질수 있는 것이다.

공동의사결정제도는 주식회사의 관리기능과 통제기능의 분리를 근간으로
한다.

따라서 이 기능을 수행하는 양대 지주는 감사회와 이사회이다.

특히 감사회는 주주대표와 종업원대표로 이뤄지며 해당기업에서
비상임으로 선출한 구성원으로 조직돼 있으므로 기업의 외부이사및 감사와
비슷하다.

감사회의 구성원들은 대부분 은행 고객 거래처 주요주주 또는 다른 기업의
최고경영층에 속한 사람들 중에서 주주및 노동자를 대표하는 구성원이 각기
반반씩 선발된다.

감사회의 규모는 자본금에 따라 3명부터 21명에 이르기까지 다양하다.

그 기능은 감독기능에 한정되며 집행기능은 없다.

사채발행 투자 자본증감 인수등과 같은 중요한 재무의사결정에서는
감사회의 동의가 필요하다.

감사회는 이사회 구성원을 임명하거나 극단적인 경우 해임할수도 있다.

감사회 스스로 어떤 결정을 내리거나 행동을 주도할수는 없으나 이사회의
결의사항을 거부할수 있는 권한을 행사한다.

이사회와 감사회의 이견은 주주총회에서 조정된다.

감사회는 정관에 의해 이사회에 대한 일반적인 통제력을 행사할수 있다.

이사회는 실제로 상근업무 집행을 담당하는 기관으로서 중요한 재무관리
결정에 한해서만 감사회의 동의를 필요로 한다.

공동의사결정제도의 채택으로 노동조합을 비롯해 소유자 또는 대주주가
아닌 소액주주들도 기업의사결정에 참여하거나 통제할수 있는 수단을 갖게
됐다.

이를 통해 공동의사결정제도는 합리적인 노동조합 탄생에 큰 기여를
한 셈이며 대주주 또는 소유자 1인 지배체제에 대한 공정한 감독기능을
발휘할수 있는 터전을 마련했다.

이에 비춰 볼때, 외부이사및 감사제는 소유자 1인 지배체제와 비슷한
양상을 띠고 있는 우리나라의 경우에도 기업경영체제의 문제점을 해결하는
수단으로서 의미는 있다.

그러나 정부가 도입을 고려하고 있는 제도가 효율적으로 운영되려면 우선
노동조합의 운영및 조직이 사회 전반적인 합의를 도출해 내는 방향으로
개선돼야 한다는 전제가 따른다.

그밖에 외부이사및 감사는 다음과 같은 권한을 가져야 한다.

첫째, 외부이사및 감사는 기업의 중요한 의사결정 사항에 대한
경영협의에서 동의권을 행사할수 있어야 한다.

둘째, 외부이사및 감사는 중요한 문제에 관해 이사회와 공동으로
의논할수 있고 공동으로 영향을 미칠수 있는 권한을 가져야 한다.

셋째, 외부이사와 감사는 기업의 모든 활동에 관한 정보를 제공받아야
한다.

그러나 이 제도가 자리잡기위해서는 과연 소유와 경영의 분리라는
사회형평의 원칙이 우리의 현실에서도 효율적으로 기능을 발휘할 것인가에
대한 신중한 분석을 하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그런후에 개선방안으로서 기업 외부 이사및 감사제도의 수용여부가
결정돼야 할 것이다.

(한국경제신문 1995년 10월 6일자).